○비상체제로 전환 현대차그룹에 비상을 건 것은 환율불안.올 들어 허무하게 1000원 선이 무너진 달러당 원화 환율이 하락을 지속,960 선대까지 위협하자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이 올 사업계획서상의 예상 환율을 950원으로 잡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환율 970원 밑에서는 이익을 남기기 힘들다는 상황인식이 깔려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현대차의 해외 수출비중은 66.5%,해외공장 판매분까지 합치면 75.6%에 달해 환율하락은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미국 달러화에 비해 100원 오르면 현대·기아차의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2조원과 7000억원가량 줄어든다. 사상 최고가를 넘나드는 국제 유가도 만만치 않은 경영악화 요인이다. 유가 강세는 전반적인 소비심리를 악화시켜 자동차수요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의 추정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자동차 내수판매가 10만대가량 줄어든다. 유가가 오르면 각종 원자재가격도 들썩이게 된다. 주요 원자재 중 하나인 철강가격도 최근 하락세에서 벗어나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경영전략추진실을 신설하고 기획총괄본부와 감사실 기능을 대폭 강화하면서 사실상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이 같은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환율과 유가 등 외적인 경영변수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찾아내는 전담조직을 출범시킨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수출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차로서는 환율 유가 원자재가격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비상관리 역량을 갖추고 내실경영을 도모할 효율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면서 "조직개편으로 기획에서 집행까지 일관된 시스템이 구축된 만큼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조직 유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직원 정신 재무장 강조 현대차그룹은 임직원들에게 올바른 상황인식을 심어주고 위기상황에 맞서 능동적으로 극복할수 있는 역량을 갖도록 하기 위해 정신교육을 크게 강화했다. 현대차는 비상경영체제로 들어간 지난달 26일부터 매일 오전 8시부터 10분간 각 팀장들이 팀원들을 모아놓고 비상경영에 따른 행동요령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팀장 주관 아래 급변하는 외부 경영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비용절감 노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강조하도록 하고 있다. 기아차도 연초부터 과장급 이상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직원들을 순차적으로 경기도 오산의 연수원으로 불러 하루 일정으로 '경영환경과 경쟁력'을 주제로 한 특별경영교육을 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회사가 처한 어려운 사정을 알리고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다. ○마른 수건 다시 짜기 현대차그룹은 꼭 필요하지 않은 해외출장은 자제하고 대대적인 원가절감 활동을 벌이는 등 초긴축경영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연구개발(R&D) 투자 외에는 자금집행을 줄여 예산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임직원들에게 해외 출장 때 저가 항공 노선을 이용하도록 하고 국내 출장의 경우 항공기 이용을 금지하고 장거리 노선 외에는 고속열차(KTX)도 타지 말도록 했다. 해외법인과 사업장,지점에 연락할 때는 전용회선을 사용해 통신비용을 아끼도록 했다. 또 △점심시간 사무실 불 끄기 △PC 모니터 절전 모드 실행 △1인 1컵 갖기 운동(일회용컵 사용 자제) △인쇄용지 절감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직원 개선제안 활동도 활성화시켜 원가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개인 제안 43만2141건(직원 개인당 8.2건)과 분임조 활동 2027건 등을 통해 모두 777억원의 비용을 아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