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淨化)냐,법난(法難)이냐.'


불교계의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불교태고종이 과거사 문제로 미묘한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발단은 태고종이 최근 발간한 '太古宗史(태고종사)'. '한국불교 정통종단의 역사'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근·현대 불교 종단의 형성과 분열,현 태고종의 창립과정 등을 다루면서 태고종의 입장에서 종단사를 정리했다.


조계종과 가장 큰 시각차를 보이는 부분은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로 촉발된 조계종과 태고종의 분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중들은 다 사찰에서 나가서 살라'는 요지의 이 유시를 계기로 '소위 비구승(독신승)'들이 대통령과 정부의 힘을 업고 종권을 탈취했다고 '태고종사'는 정리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비구승측이 폭력을 동원해 절 빼앗기에 나섰으며 이 대통령이 거지왕 김춘삼을 직접 불러 '대처승'을 몰아내도록 지시했음을 김춘삼의 자서전을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부인을 허리에 매달고 다닌다'는 뜻의 '대처승(帶妻僧)'이라는 말도 이때 신조어로 등장해 불교의 이미지를 실추시켰고,원래 행정승인 사판과 수행승인 이판의 조화를 뜻하는 '이판사판(理判事判)'이 난장판을 지칭하는 것으로 변질된 것도 이때부터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은 '조계종 비하 파문'이라는 기사를 통해 "태고종이 발간한 '태고종사'가 조계종과 비구스님들을 폄하·모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계종이 '정화운동'이라고 부르는 1950년대의 대처승 축출·정리를 '종권탈취에 혈안이 돼 비수행승들이 저지른 법난'으로 묘사한 것은 조계종과 소속 승려에 대한 모독이라는 얘기다. 2002년 '조계종사'를 펴낸 조계종 교육원 산하 불학연구소장 현종 스님은 "한국불교의 정통성은 출가독신승제를 잇고 있는 조계종에 있다"며 "면밀히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