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철강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공급 과잉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당국의 판단이 내려짐에 따라 이들 업종에 대한 긴축조치가 강화될 전망이다.


리더수이 중국 국가통계국장은 25일 지난해 GDP(국내총생산)가 9.9% 성장했다고 발표하면서 "일부업종의 공급과잉이 심각하다"며 "은행에 커다란 부실채권을 안겨주고 일부 기업의 도산과 이에 따른 실업증가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 국장은 "근본적으로는 시장을 통해 낙후 시설을 도태 시켜야 하지만 정부가 법률수단을 동원해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에 부합하지 못한 생산을 제한시키는 일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공급과잉 위험수위


리 국장은 철강 자동차 등 7개 업종의 공급과잉 상황을 일일이 나열했다.


철강은 지난해 말로 연간 생산능력이 4억7000만t에 달했지만 실제 생산량은 3억4000만t에 그쳤으며 여기에다 건설 계획 중인 철강공장을 포함하면 중국의 철강생산능력은 연간 6억t에 이르게 된다.


리 국장은 2004년 전세계 철강 생산량이 10억t에 달했다며 철강의 공급과잉이 심각함을 강조했다.


자동차는 더 심각하다.


중국 내 자동차 연간 생산능력은 지난해 868만대이지만 실제 생산량은 600만대에 그쳤다는 것이다.


또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자동차 공장의 생산능력만 따져도 1020만대에 이른다.


현대자동차 중국현지법인인 베이징현대차의 경우 연간 30만대 규모의 제2공장을 상반기 중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 가속화


공급과잉은 투자 과열에서 비롯됐다.


지난해에도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는 전년대비 25.7% 증가했다. 이에 따라 투자억제를 위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국 거시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올해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을 18%로 제한하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리 국장은 공급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 통화정책을 포함한 거시경제 정책과 합리적인 산업정책 등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발전개혁위가 최근 124개 자동차 업체의 생산 자격을 무더기로 취소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에는 145개 완성차 업체와 536개 특장차 업체가 있는데 연간 1만대 이상 생산하는 곳은 30여개사에 불과하다.


1년에 한 대도 생산하지 않고 설비를 놀리는 한계 기업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리 국장은 다만 투자를 억제하면서 소비진작을 통해 고성장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디플레-인플레 논란 심화


중국의 공급과잉은 디플레 우려를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리 국장도 "도시에만 1억명에 이르는 빈곤 계층이 있는데 이들의 소비능력 증가가 더디다"며 디플레 발생요인이 있다고 인정했다.


리 국장은 그러나 "인플레 발생요인도 있다"며 "국제유가가 높은 상태에서 가격을 통제해온 휘발유 등 정유제품이나 서비스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통화량 증가로 유동성 과잉에 따른 인플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리 국장은 디플레와 인플레 모두 뚜렷하진 않지만 예방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9.9%로 추정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중국의 GDP 규모는 18조2321억위안으로 1.8%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을 따돌리고 세계 4위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