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10년 장기불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각종 규제 철폐를 통해 민간 부문의 활력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부활하는 일본 경제가 주는 교훈'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는 장기불황 동안 각종 기업규제 철폐,신규제도 도입,고용 유연성 제고,부실채권 정리 등 정부 부문의 비효율을 줄이는 대신 민간부문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며 "최근의 일본 경제 회복세는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철저한 시장원리 도입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민간기업을 옭아매는 각종 규제를 없애는 데 주력했다.


97년에는 기업 간 합병절차를 간소화했고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철폐했다.


작년엔 '3각 합병'과 '현금 합병'을 허용했다.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현금합병'은 합병 후 소멸되는 회사의 주주들에게 존속회사의 주식 대신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며 '3각 합병'은 소멸회사의 주주들에게 존속회사의 주식 대신 존속회사 모기업의 주식을 배당하는 제도다.


이 두 제도로 외국기업에 의한 일본 기업 합병이 쉬워지게 됐다.


2001년엔 고용보험 가입 조건 완화와 파트타임 노동지침 개정 등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복리후생을 개선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크게 높였다.



◆정부부문의 군살빼기


일본 정부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어 나가는 데도 힘을 쏟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정공사 민영화.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우정공사 공무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작업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결국 공무원 신분이던 우정공사 27만명의 직원이 '비(非)공무원'으로 전화됐다.


현재 약 65만명인 국가 공무원을 향후 5년간 5%씩 줄여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무원 인건비 비중을 10년 내에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도 세웠다.


또 올해부터는 민간이 가능한 것은 과감히 민간에 이전한다는 목표를 잡고 정부가 독점하던 행정서비스를 민·관 입찰방식으로 전환하는 '시장화 테스트법'을 시행키로 했다.


이 밖에 정부 산하 특수법인 163개 중 16개를 없애고 36개는 민영화,39개는 독립법인화하는 등 대대적인 정리를 통해 1조5000억엔(한화 15조원·향후 4년간) 규모의 재정을 절약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도 정부의 역할 확대를 도모하기보다는 과감한 규제완화와 시장원리 강화를 통한 민간 주도에 의한 성장잠재력 확충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