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우계열사 등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을 둘러싸고 정부 내에서 속도조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70조원에 이르는 기업들을 1,2년 새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게 되면 제값을 받을 수 없는 데다 국내 사모펀드(PEF)가 활성화하지 않아 외국계가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구조조정 중인 매각 대상 기업이 많아 시장이 원매자 중심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최근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매각 시기를 신중히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산관리공사(KAMCO)는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보고에서 올해 매각할 기업 명단에 현재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는 대우건설 대우정밀 대우일렉트로닉스만 포함시켰다. 당초 올해 매각작업을 본격화하려던 대우인터내셔널과 쌍용건설 등은 시장상황을 보고 매각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은 내년 하반기에나 매각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사실상 매각이 불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 총재는 또 "LG카드도 제값을 받기 위해 매각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해 산은이 전반적인 기업 매각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은은 이에 앞서 현대건설 매각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용준·김현석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