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치학전문대학원(메디컬스쿨)으로 전환하는 의과대학 중 일부에 전문대학원 입학이 보장된 '의·치학전문대학원 진학학부'가 신설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기존 의대 정원의 50% 범위 내에서 이 같은 학부 과정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의예과를 졸업하거나 전문대학원 입시를 치르지 않고도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체제 정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추진 계획에 따르면 의대나 치대가 있는 대학들은 정원의 50%만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면 나머지 정원에 있어서는 학교의 자율에 따라 학생을 뽑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의ㆍ치대를 상대로 '전문대학원으로 무조건 전환'을 요구해왔던 교육부가 한발 물러선 셈이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 전문대학원 전환을 거부했던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을 비롯해 24개 대학 대부분이 조만간 전문대학원 전환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허용된 학부 단계에서 전문대학원 진학을 조건으로 신입생을 뽑는 '입도선매'형 선발방식은 우수 학생을 확보할 수 있어 아직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은 대학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대 등이 50% 정원에 한해서 기존의 의예과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고 있고 연세대 등이 전문대학원 입학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신입생 선발을 요구해 모두 받아들일 방침"이라며 "이 대학들이 다음 달 3일까지 전환 신청서를 제출하면 2단계 'BK21사업(연구중심 대학원 육성사업) 전문서비스 인력 양성 분야'에 지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연세대 등은 공식적인 대학측 의견을 금명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전문대학원 시스템을 도입한 대학은 구두로 의사표시를 한 곳을 포함해 의과대학 41곳 중 21곳(51%),치과대학 11곳 중 7곳(64%) 등 절반이 조금 넘는다. 교육부의 이날 발표로 2009학년도까지 의사 양성은 △기존 의예과 체제(2+4) △대입 단계에서 전문대학원 진학을 보장하는 체제(4+4) △학사 졸업자 가운데 전문대학원생을 선발하는 체제(4+4) 등 세 가지로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이 중 의예과 체제는 2010학년도나 2011학년도께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관계자는 "2009년 의사 양성 체제에 대한 종합 평가를 실시해 의사 양성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며 "학사 학위를 딴 후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방식만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교육부의 안을 받아들여 의·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결정할 경우 당장 내년 대학에 입학하는 현재 고3들의 의대 진학문이 대폭 줄어들게 돼 의대 커트라인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대학원에 배정된 인원만큼 학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대학원 입학 보장 학부도 기존의 의대와 엇비슷한 수준의 커트라인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설되는 학부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전문대학 진학을 위한 과목들을 집중적으로 배우게 된다. 학사학위 취득 후 전문대학원 입학 적성검사인 'MEET·DEET'를 치러 일정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다. 전문대학의 입학이 조건부로만 보장돼 있는 셈이다. 전문대학원이 이들에게 요구하는 적성검사 점수는 일반 학부를 졸업한 지원자들의 점수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