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2세들 '경영 전면'에 .. 세대교체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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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대 창업 오너들이 경영일선을 지켜온 식품업계에 최근 세대교체 바람이 빠른 속도로 일고 있다.
남양유업의 홍두영 명예회장(87)을 비롯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87),박승복 샘표식품 회장(83),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79),신춘호 농심 회장(74),함태호 오뚜기 회장(76)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유독 70대 이상 원로 오너 경영인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식품업계가 최근 2세들에 대한 경영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매일유업은 지난 2일 86세로 별세하기 직전까지 경영을 챙겨온 고(故) 김복용 창업회장의 장남 김정완 사장(49) 체제로 본격적인 2세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김 사장은 경영 스타일이나 사업 구상 등에서 선친과 사뭇 대조적이다.
국내 낙농업의 선구자격인 고 김 회장이 강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발휘했다면,미국 조지 워싱턴대 MBA 출신인 김 사장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또 선친이 유제품과 음료 등 식품 분야로만 '한우물'을 판 반면 김 사장은 육아 포털,의류,와인 등 사업 다각화에 관심이 많다.
매일유업의 라이벌 기업인 남양유업은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이 법인 등기상 대표이사를 지키고 있지만 장남인 홍원식 회장(56)과 창업 초기부터 사실상의 '공동 경영'을 통해 회사를 키워온 사례로 꼽힌다.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시절부터 틈나는 대로 회사 경리 전표를 정리하던 홍 회장은 77년 기획실 부장으로 정식 입사한 뒤 당시 2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 규모를 8000억원대로 키워놨다는 것.홍 회장은 부친에 대한 애정도 극진해 외부 약속이 없을 때면 반드시 부친과 점심을 같이한다.
샘표식품은 창업 3세로의 세대교체가 마무리된 케이스.선친인 박규회 창업주의 뒤를 이어 30년간 가업을 이어온 박승복 회장은 상장사협의회 회장,식품공업협회 회장 등 대외 활동을 챙기는 대신 일선 경영은 장남 박진선 사장(56)이 도맡고 있다.
박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석사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부친의 권유로 가업 3대 계승에 나서 97년부터 사장을 맡고 있다.
2세 경영인들이 쌍둥이 형제라는 공통점을 지닌 농심과 삼양식품 등은 세대교체의 '진행형'에 속한다.
농심은 신춘호 회장이 해외 투자 등 현안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가운데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48)이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신 부회장보다 10분 늦게 태어난 쌍둥이 동생인 동윤씨는 신 회장이 자신의 호를 따 회사이름을 지은 농심 계열의 포장재 업체 율촌(栗村)화학 부회장을,신 회장의 막내 아들 동익씨(46)는 할인점 '메가마트' 부회장 겸 농심개발(일동레이크CC 운영)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들 3형제는 모두 고려대 동문.
삼양식품은 전중윤 회장이 대표이사로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가운데 한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장남 인장씨(43)가 지난해 화의 졸업 후 공동 대표 이사 부회장으로 복귀하면서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 부회장의 쌍둥이 동생 인성씨는 삼양식품 계열의 라면 스프 공급 업체인 삼양농수산 대표 부사장을 맡고 있다.
오뚜기는 함태호 회장의 장남 함영준 사장(46)이 회사 일상 업무를 관장하고 있지만 신제품 개발과 광고 등의 주요 사안에는 함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은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를 나온 장남 호중씨(35)가 전무를 맡으면서 경영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