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존] '로얄살루트 38년산'까지! … 명품쇼핑도 기내에서

자동차 부품 업체인 A사의 김모 사장은 지난주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기내에서 38년산 로열 살루트 위스키 1병을 사고 미소를 지었다.


김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내 면세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항 면세점 쇼핑을 고집해왔다.


그런데 집으로 배달된 항공사의 브로슈어를 본 후 마음을 바꾸었다.


기내 면세품을 예약하면 38년산 최고급 양주를 399달러(40만원)에 살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상 3만6000피트(11km) 상공에서 기분좋게 지갑을 연 김 사장은 "일반 면세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가품을 비행기 안에서 판매해 다시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기내 면세품은 상품의 종류와 질에서 공항 내 면세품에 비해 한 수 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 면세점에서 쇼핑을 할 수 없는 승객 일부만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기내 면세품을 이용했다.


기내 면세품의 매출이 담배와 저가 화장품,필기용품 등 일부 품목에 집중돼 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항공사들이 면세품 판매사업을 강화하면서 면세품 판매의 판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상품의 종류는 적지만 수준은 면세점 이상으로 높아졌다.


기내 면세품의 질을 높인 선두주자는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는 지난해 11월1일부터 '아시아나 명품관'을 열고 기내에서 12가지 최고급 명품을 예약판매하기 시작했다.


명품관의 대표상품은 김 사장이 구입한 38년산 로열살루트. 수작업으로 빚은 도자기에 38년산 위스키를 넣은 제품으로 시중 판매가는 165만원 선. 명품 보석 브랜드인 스와롭스키 제품 중에는 아이린 목걸이(304달러)와 팔찌 겸용 여성용 시계(330달러)가 있다.


에트로의 핸드백(305~480달러)도 인기 상품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최고급품만 골라 공항 면세점보다 5~15% 정도 저렴한 가격에 사전주문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기내에서 명품을 구입하려면 인천 출발편 출발시간보다 48시간 먼저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사전 예약 주문을 하거나 출발편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구매를 요청하면 된다.


외국계 항공사의 기내 면세품도 갈수록 고급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캐세이 패시픽에서 모형 비행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상품은 버버리 여성용 시계(539달러). 버버리 시계는 500달러가 넘는 데도 고객의 만족도가 좋아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았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