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가 1994년 이후 국내 승용차 시장을 석권해온 쏘나타의 '11년 아성'을 깨고 올해 '최다 판매 차량' 타이틀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포니 프레스토 엑셀 등 1500cc 이하 소형차가 주름잡던 1980년대와 엘란트라와 쏘나타가 각축을 벌이던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중반 들어 2700 및 3300cc 대형차인 그랜저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12일 현대차동차가 최근 마련한 2006년 국내 자동차 판매계획에 따르면 그랜저의 올해 예상 판매대수는 9만6000대(택시 제외)로 작년(7만684대)보다 35.8% 늘어나게 된다.


반면 지난해 8만9563대로 '베스트셀링 카'였던 쏘나타는 올해 4% 줄어든 8만6000대가 팔릴 것으로 추정됐다.


그랜저가 1만대 더 팔린다는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갈수록 높아지는 '큰 차 선호' 경향과 경기회복에 따른 중산층 이상 계층의 소득 증대를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며 "반면 쏘나타는 세타엔진 공급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GM대우 토스카,기아차 로체,르노삼성 SM5와의 경쟁으로 인해 판매 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쏘나타는 1994년 판매대수 18만3399대(택시 포함)로 '베스트셀링 카' 자리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11차례나 판매 1위를 기록한 한국 자동차 시장의 간판 모델이다.


대우자동차 마티즈에 1위를 내준 1998년이 외환위기 직후의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쏘나타의 아성을 넘볼 자동차는 없었다.


하지만 작년 5월 신형 그랜저가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48개월 동안 25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신형 그랜저는 빼어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을 앞세워 택시를 제외한 월별 판매대수에서 네 차례나 쏘나타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작년 12월에는 대형차 최초로 '월 1만대 판매'를 달성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그랜저 돌풍은 '소득 양극화'에 따른 소비 추세 변화와 '명품 선호 현상'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신흥 부유층이 늘고 있는데다 명품이나 고가품으로 자기만족과 편의성을 추구하는 소비계층이 늘면서 기존 쏘나타 고객의 상당수가 그랜저로 편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또 '그랜저는 임원급만 탈 수 있다'는 식의 기업 내 권위주의가 점차 사라지는 것도 그랜저 돌풍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존 대형 세단과 달리 중후함보다는 날렵함을 강조한 디자인 덕분에 40~50대뿐만 아니라 30대까지 주요 구매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쏘나타와 달리 국내 양산차 중에는 경쟁차종이 없는 '블루오션' 제품이란 것도 그랜저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쏘나타급 중형세단을 보유한 400만 운전자 중 상당수가 차를 바꿀 때 그랜저를 최우선 고려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상당 기간 그랜저 돌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그랜저 쏘나타와 함께 올 상반기 중 후속모델이 나오는 아반떼와 고급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싼타페를 주력 차종으로 삼아 작년보다 6만대가량 많은 63만대를 올해 내수시장에서 판매키로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