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손학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공기업 혁신 선두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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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래 한국도로공사 사장(63)은 지난해 12월21일 오전 호남지역 대설 예보를 보고받은 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2004년 3월 충청권에 폭설이 왔을 때처럼 자칫 수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에 갇혀 이틀씩 발이 묶이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직감했다.
손 사장은 직접 현장으로 내려가 진두지휘하기로 결정했다.
눈을 뚫고 어렵사리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그는 직원들과 함께 직접 눈을 치우고 중앙분리대를 걷어냈다.
고립된 운전자들에게 밤새도록 음료와 구호식량도 배달했다.
철야 제설작업 끝에 새벽 5시쯤 되자 고속도로는 정상화됐다.
그제서야 손사장은 직원들의 등을 두드려준 뒤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기상이변에 가까운 폭설 탓에 수많은 이용객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었지만 손 사장의 현장대응 노력이 없었다면 그 피해는 더 커질수 있었다.
2004년 6월 도공의 최고경영자로 부임한 손학래 사장이 조직 혁신을 위해 온몸을 던지고 있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조직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혁신노력은 대(對)국민 서비스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제 식구 챙기기' '철밥통' 등의 지적을 받던 조직 내부 혁신에도 어느 공기업 사장보다 앞장서고 있다.
도로공사는 올해 민간기업도 하기 어려운 임금피크제와 연봉제를 도입했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년은 보장하되 퇴직 4년 전부터 임금의 10∼40%를 줄여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기존 부장급까지 적용되던 연봉제는 과장급이상으로 확대했다.
동일 직급에서 연봉 차이가 최고 20%까지 벌어지게 돼 선의의 경쟁이 가능해졌다.
임금인상률도 정부 가이드라인대로 2%로 합의했다.
손 사장은 "노사협상 결과 노측도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며 "무엇보다 노사 합의를 통해 혁신에 나서고 있어 더욱 뿌듯하다"고 말했다.
도공의 혁신은 도로 건설 공사단계까지 파급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지면서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선 지역주민들과의 마찰이 심해지고 있다.
손 사장은 이런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주민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는 '고속도로 건설 협의체'를 지난해 10월 발족시켰다.
자문위원들은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한 각계 여론을 도로공사에 전달하고 사업추진 과정에 적극 반영되도록 조언·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손 사장은 "환경문제와 민원을 소홀히 다루게 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사전협력을 통해 모두가 원하고 기술적으로도 우수한 도로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손 사장이 혁신을 경영의 제1목표로 정하게 된 것은 건교부 공무원 시절 공기업 경영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취임하자마자 경영혁신단 혁신태스크포스 등의 조직을 신설하고 혁신워크숍 등을 개최해 혁신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혁신이 갑작스럽거나 거창한 변화라고는 보지 않는다.
"요금소 직원들이 의자를 조금 돌려 운전자를 정면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한 일도 혁신 활동"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혁신 활동은 벌써부터 효과를 내고 있다.
2004년 공공기관 혁신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올해 초에는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는 기술혁신 경영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