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술 추격은 한국의 '달러 박스' 업종 전반에 걸쳐 전 방위적으로 전개 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달러를 대거 벌어들이는 LCD(액정표시장치)패널 온라인게임 휴대폰 PC 자동차 선박 등 업종 구분없이 쫓아오는 중국의 추격을 분야별로 짚어본다. ◆LCD (액정표시장치)패널: 상하이광전(SVA)은 일본NEC와 합작사를 세워 5세대 LCD패널을 생산중이다.이번에 6세대를 건너뛰어 7세대로 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베이징에서 지난해 5월부터 5세대 LCD패널을 생산중인 징둥팡(BOE)은 한국 하이닉스의 LCD사업을 인수하면서 LCD패널 시장에 뛰어 들었다. 징둥팡 베이징공장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온 120여명의 엔지니어가 일하면서 자연스레 기술이 전수되고 있다"며 "올해말이나 내년초 6세대든 7세대든 차세대 패널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LCD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3-4년 이상인데다 중국이 뛰면 한국은 더 빨리 뛰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은 일단 자국 시장 탈환부터 시작돼 갈수록 뻗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게임 : 한국 게임의 대리상으로 돈을 번 자금을 밑천으로 기술추격을 해오고 있다. 중국의 게임업체는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대리상이 대부분이었지만 속속 개발업체로 전환중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게임업체 샨다가 대표적이다. '미르의 전설 2'를 대리 운영하면서 대박을 터뜨린 샨다는 그 게임을 제공한 한국업체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하고 독자개발 게임을 늘려 나가고 있다. 중국게임이 대부분 한국게임을 베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100대 민족게임 개발프로젝트 등 중국 정부의 지원사격으로 기술력이 높아지고 평가도 받고 있다. 중국 게임의 공세 탓에 2003년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의 80%를 장악하던 한국산 게임의 점유율은 절반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한국시장까지 넘본다. 중국 업체 "베이징게임 워니오우"가 항해세기를 지난해 한국에 수출한 게 대표적이다. ◆ 휴대폰: 중국 기업이 수출까지 나서면서 한국산 시장 잠식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브랜드 휴대폰 수출은 835만대로 전년동기보다 60% 급증했다. 물량은 작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 통신 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차세대 이동전화인 3세대 휴대폰으로 단말기 사업에 뛰어들어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화웨이 관계자는 "유럽형 3세대 이통표준인 WCDMA 관련 휴대폰과 통신시스템 연구에만 3000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3세대 이통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지만 화웨이 샤신 중싱 등은 지난해부터 해외에 이 서비스용 단말기를 수출하고 있다. ◆ 자동차: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 자체 개발 모델 '즈요젠(프리 크루저)'를 출품한 지리자동차의 리수푸 회장은 중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자동차 수준은 한국에 10년 뒤져 있지만 5~8년이면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고 당당히 말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0년에는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1-2년정도로 좁혀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디트로이트모터쇼를 위해 직접 날아간 리수푸 회장은 미국 회사에서 일하는 중국인 자동차 엔지니어 70여명을 유치하기 위한 행사를 갖기도 했다. 국내 시장을 넘보는 중국차까지 등장했다. 중국의 칭링자동차는 대우자동차판매를 통해 오는 3월부터 2-2.5t트럭을 수출할 예정이다. 화천진베이자동차 등 중소형 승용차를 한국에서 출시하려는 업체들도 있다. 한국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과 품질에서 고급화와 차별화를 서둘러야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치루이자동차는 GM대우의 마티즈를 빼닮은 소형차 체리를 중동지역에서 대당 5000달러에 팔고 있다. 최고 40%나 비싼 마티즈가 경쟁이 될리 없다. ◆조선 : 첨단고부가치 선박의 영역까지 치고들어오고 있다. 상하이엔 최근 중국선박공업집단 산하 후동중화 조선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건조중인 LNG(액화천연가스)선박의 선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언론들이 중국 조선업이 첨단기술로 가는 이정표라고 호들갑을 떤 이 선박은 내년중 건조돼 인도될 예정이다. 베이징에서 만난 한국의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 조선업과의 기술격차를 좁혀오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인정했다. 후동중화조선의 모기업인 중국선박공업집단은 2015년을 목표로 세계1위 조선 업체를 지향한다는 비전을 2003년 발표한 바 있다. 이를위해 이미 그해 말부터 양쯔강 하구의 상하이 창싱다오에 세계최대 조 선소를 건설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철강: 중국 기업들이 최고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자동차용 강판에서의 기술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바오산철강이 지난해 3월 일본 신일철 및 프랑스의 아셀로와 합작해 가동에 들어간 자동차 냉연강판 공장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용 강판의 기술력을 높이기위해 합작공장을 세웠다. 최근 안산철강과 합병키로 한 번시철강이 오는 6월 포스코와 합작한 자동차용 강판 공장이 가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스코중국지주회사 관계자는 "고난도의 승용차의 외판용 강판은 중국기업 가운데 바오산강철 정도만 만들 수 있으나 다른 업체들도 기술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달러박스 업종에 차이나 경계령이 울려퍼지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이건호,김형호 기자 kjoh@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