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환시장 상황에 대해 정책당국은 물론 기업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환율 하락의 폭과 속도가 문제"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환율의 절대 수준보다는 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서 당혹스럽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8일(거래일 기준) 동안 무려 28원37전이나 급락했다. 지난 5일에는 하루 변동폭도 무려 12원70전에 달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급등락하는 것은 국내 외환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의 하루 평균 외환거래량은 200억달러(2004년 기준)로 연간 무역 규모의 5.4%에 불과하다. 미국(4610억달러·23.3%) 일본(1990억달러·25.1%) 등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1250억달러·43.7%) 홍콩(1020억달러·22.4%) 등 아시아 주요국에도 크게 못 미친다. 외환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해외 투자은행 등 역외 세력들이 마음 먹고 달러화를 집중 매도하면 환율이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권과 기업들이 역외 세력들의 거래를 지나치게 추종하는 것도 환율 변동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 실장은 "역외 세력들이 선발대 500명 정도를 보내면 국내 은행과 기업들이 바로 가담해 병사 수가 1만명 이상으로 불어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