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트로닉스 3억달러 공장유치 '지자체 뜨거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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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의 포토마스크 생산업체인 미국 포트로닉스의 마이크 루타티 사장. 한국에서의 신규투자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지난 8일 내한한 그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손학규 경기도지사로부터 "투자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한번 만나고 싶다"는 전갈을 받았다.
투자계획 발표 당일인 10일 이른 아침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루타티 사장을 만난 손 지사는 "당장 내일 헬리콥터를 보낼테니 경기도 어느 지역이 공장부지로 적합한지 직접 골라보라"고 제안했다.
당초 포트로닉스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한국에 3억달러(3000억원)를 투자해 오는 4월 중 최첨단 포토마스크 생산시설을 착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되,공장입지 선정은 미뤄둘 예정이었다. 경기도 외에 충청남도에서도 솔깃한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충남측의 제안은 △공장용지를 경기도의 3분의 1 내지 절반 가격으로 제공하고 △연구개발(R&D) 센터 부지는 무상제공하며 △신규 고용 및 교육훈련보조금으로 3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포트로닉스가 공장입지를 두고 막판까지 저울질하는 모습을 보이자 손 지사가 직접 루타티 사장 설득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습적인 설득작전'은 상당히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포트로닉스의 한국 자회사인 피케이엘 관계자는 "두어 가지 현안이 걸려있긴 하지만 일단 경기도에 우선권을 주고 투자협상을 벌일 계획"이라며 "늦어도 다음 달께는 구체적인 결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포트로닉스 유치에는 손 지사 외에 경기도 투자유치 담당 실무진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불과 3주 전인 지난해 12월 중순께 산업자원부로부터 포트로닉스의 투자의사를 건네받은 경기도 투자진흥과 담당자들은 바로 피케이엘 천안 본사로 달려가 투자상담을 시작했다.
서울과 경기도를 20차례 오가면서 회의를 벌이는가 하면 포트로닉스 관계자들이 현장 답사를 하러 올 땐 차를 빌려주고 직접 부지 안내를 해주는 등 정성을 쏟았다.
경기도 투자진흥과 신낭현 팀장은 "LG필립스LCD,3M 등 유수의 외국기업을 최근 잇따라 유치한 전력이 있는 데다 세심히 신경을 써주는 모습에 감동한 것 같다"며 "이번 투자가 성사될 경우 200여명의 신규고용 창출은 물론,미국 유럽 등에 분포돼 있는 포트로닉스의 11개 연구진이 이 곳에 입주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충남도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투자유치팀 관계자는 "천안 근교에 있는 천안밸리의 경우 연구소와 공장을 함께 수용하기에 적절한 입지조건을 갖췄다"며 "특히 땅값에서도 경기도보다는 충남이 훨씬 저렴한 데다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최종 확정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