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과 실적 기대감이 환율 악재를 눌렀다.' 올해 증시의 최대변수 중 하나로 꼽히던 원·달러 환율이 정초부터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서도 주식시장이 강세를 이어가자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환율 급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시장으로 유입되는 풍부한 유동성과 기업들의 실적호전 기대감이 더 크게 반영돼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환율에 대한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환율 영향은 제한적 4일 원·달러 환율 급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 요인으로 심리적인 저항선이 깨졌다는 것 말고는 달러당 1000원 선 붕괴에 큰 의미를 부여할 정도는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증시는 과거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환율에 대한 내성을 키워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이후 환율의 증시 영향력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2003년 이전에는 월간 원·달러 환율이 1.7% 이상 하락하면 어김없이 다음 달 주가가 하락했지만 2003년 이후에는 월간 환율이 1.7% 이상 하락한 7번 중 다음 달 주가가 내린 달은 2번에 불과했고 평균 주가는 3.57% 상승했다는 것이다. ◆하락속도와 폭이 관건 하지만 최근 주가가 급등을 지속해온 만큼 환율 추가하락 속도가 빠르거나 세 자릿수 환율 상황이 고착화될 경우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많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원화가 단기간에 5% 이상 급격한 절상이 이뤄질 경우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려 작년 상반기처럼 기업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진 피데스증권 전무는 이와 관련,"세 자릿수 환율이 예상보다 앞당겨지기는 했지만 미국의 실물경기가 좋아지고 있고 달러화 폭락 가능성도 낮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은 점진적 하락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전무는 "원·달러 환율 하락 대신 엔·달러 환율 하락폭이 더 커 기업 수익도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나빠지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