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엔지니어, CEO로 잘나가요…반도체 설계 '팹리스' 기업 고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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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옛 LG반도체 등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들이 창업한 '팹리스(fabless)' 중소기업들이 '디지털 컨버전스' 붐을 타고 비약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팹리스 기업은 자체 생산라인 없이 반도체 설계만 하는 업체들로 현재 약 150개가 활동 중이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반도체 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를 뛰쳐나온 엔지니어들이 2000∼2001년께 집중적으로 팹리스 업체들을 세웠다"며 "최근 카메라폰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팹리스 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하이닉스 출신으로는 코아매직 안승한 사장(47)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안 사장은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산업 메모리연구소에서 D램설계 담당 이사,마케팅 담당 이사 등을 역임했다.
그는 "99년 마케팅 담당 이사로 재직하면서 '반도체 가격 폭락이 예상되므로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 일을 계기로 '나의 판단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PS램 등 휴대폰용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코아매직은 지난해 전체 매출이 2004년(128억원)의 2배를 훨씬 웃도는 333억원에 달했다.
코아로직 황기수 사장(55)도 하이닉스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GE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다가 현대전자산업에 스카우트돼 반도체연구소장,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그는 하이닉스 구조조정 때 회사를 나와 평소 꿈꿔온 디지털카메라 관련 칩 개발에 뛰어들었다.
카메라폰용 영상처리 칩을 생산하는 코아로직은 지난해 매출액이 약 1580억원으로 전년(1332억원)보다 20% 가까이 성장했다.
삼성전자 출신으로는 EMLSI의 박성식 사장(44)과 텔레칩스의 서민호 사장(42)이 눈에 띄는 경영인이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부문 연구소와 판매사업부 등을 거친 박 사장은 지난 2000년 회사를 나와 EMLSI를 세웠다.
EMLSI는 2002년부터 PS램 등 제품의 70%가량을 노키아에 납품하는 등 수출에 주력하고 있으며 2004년 말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MP3플레이어에 들어가는 비메모리칩을 생산하는 텔레칩스의 서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기술 연구원 출신이다.
이 회사는 카오디오 홈오디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작년 3분기까지 전년 한 해 매출액 수준인 46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LG반도체 출신인 엠텍비젼 이성민 사장(43)과 티엘아이 김달수 사장(45)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코아로직과 함께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인 '1000억 클럽'에 속한 엠텍비젼은 반도체설계 분야 대표 기업이다.
2004년 168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CCP(카메라폰 컨트롤칩) 등 반도체 칩을 출시하며 작년에는 19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티엘아이는 주요 납품처인 LG필립스LCD에 대한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용 타이밍 컨트롤러칩 물량이 늘며 작년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350% 증가한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