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초부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 주력 수출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들은 지난해 말 이미 세자릿수 환율을 예상하고 올해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세자릿수 환율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이자 적지 않게 걱정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들의 올해 사업 환율을 980원으로 가정했다. 작년 평균 원·달러 환율이 1020원 안팎이었던 점에 비춰 보면 환율이 상당폭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 환경을 보면 환율과 고유가 등으로 지난해 못지않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30조원 규모의 수출을 기록한 현대자동차는 올해 평균 사업 환율을 950원으로 잡았다. LG전자도 올해 사업 환율을 950원으로 대폭 낮춰 잡았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회사의 해외 매출 비중이 80% 이상 되는 만큼 환리스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사업 환율을 잡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기업들의 수출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서 볼 수 있듯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중소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는 물론 수출 자체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