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계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독불장군'식 외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류 양판점 '유니클로'로 유명한 야나이 타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56)은 26일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중국 등 해외비즈니스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그동안 재계 일각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인한 아시아 각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대기업 총수가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야나이 회장은 "총리가 왜 야스쿠니신사에 가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개인의 취미를 외교에 이용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일본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한 뒤 "대중국 관계에서 정치와 경제는 별개라는 정치인들의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질책했다.


도쿄신문은 이에 대해 "중국에서 고품질 제품을 저가격에 생산해 해외에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을 거둔 유니클로가 중·일 관계 악화로 회사 성장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풀이했다.


일본 재계에서는 야나이 회장처럼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지는 못해도 고이즈미의 독단적 외교행태가 중국 한국 등에서의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 10월15일 야스쿠니신사를 전격 참배한 뒤 아시아 각국과의 외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 한국 정부는 지난 11월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서 예정됐던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중국은 이어 내년 초 베이징에서 열기로 했던 한·중·일 3국 정보통신장관 회담도 취소하는 등 일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나이 회장이 고이즈미 총리의 대아시아 외교에 불만을 토로한 것은 그가 운영하는 기업들의 아시아지역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기 전인 1987년부터 중국에서 현지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봉제 제품의 90% 이상을 중국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2002년 중국 현지에 매장을 내고 소비시장 공략에도 나선 상태다.


야나이 회장은 지난여름 한국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현지 생산과 관련,"중국만큼 싼 인건비로 고품질 의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 현재로는 없기 때문에 중국 생산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었다.


유니클로는 한국 롯데그룹과도 합작회사를 설립해 지난 9월 초 한국에 첫 진출했다.


올 들어 홍콩에도 현지법인을 내는 등 아시아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유니클로는 현재 4000억엔 규모인 매출을 2010년까지 1조엔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 지역에서 '유니클로 팬'을 더욱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