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 등에 쏟아부은 167조8000억원의 공적자금 회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공적자금 회수에 팔을 걷어붙인 정부는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회수 강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예전처럼 출자지분을 팔아 돈을 회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분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유상감자(회사가 주주의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는 것) 등 새로운 기법을 활용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요즘엔 증시활황으로 공적자금 투입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올라 일부 회사에선 투입액 이상을 회수할 수 정도로 여건이 호전돼 정부의 공자금 회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말 현재 45.1%(75조7000억원)인 공자금 회수율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팔 걷어붙인 정부 정부는 지난 99~2001년 대우채와 삼성자동차 채권 부실과 관련,예금보험공사가 10조2500억원을 투입했던 서울보증보험에 대해 유상감자로 공적자금 일부를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상감자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보증은 공적자금 투입과 구조조정에 힘입어 2003년 2435억원,2004년 5196억원,금년엔 6000억원의 순이익을 낼 정도로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정부는 투입된 공적자금을 아직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서울보증의 누적손실(이월결손금)이 9조원에 달하는 데다 현재로선 예보 지분(99.9%)을 사겠다고 나서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고민 끝에 짜낸 아이디어가 감자다. 9조원에 달하는 누적손실을 우선 무상감자로 털어낸 뒤 남는 1조9000억원(올 순이익 6000억원 포함)의 자본금을 유상감자해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것. 이를 위해 예보는 내년 1월 중 서울보증의 적정 자본금을 산출한 뒤 내년 6월 정기주총에서 유상감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때 적정 자본금이 1조원으로 산출되면 현재 자본금 1조9000억원 중 나머지 9000억원은 유상감자돼 예보가 거둬들이게 된다. 예보 관계자는 "서울보증에 대해선 유상감자 외에도 2007년부터 배당과 우선주(9조원 규모) 상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회수전망도 밝아져 최근의 증시호조는 공적자금 회수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대부분 주식 형태로 투입된 공적자금의 평가액이 치솟으면서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투입액보다 더 많은 돈을 뽑아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우리금융지주회사다. 총 12조1000억원이 투입된 우리금융에선 예보가 이미 블록세일(지분 분할매각) 등을 통해 8780억원을 회수한 상태다. 예보는 현재 77.9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금융 주식을 주당 1만7800원에만 팔면 원금을 고스란히 회수하게 된다. 23일 우리금융의 주가는 2만원이었다. 또 예보가 조흥은행을 신한금융지주에 팔면서 갖게 된 신한금융지주의 우선주 가치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대우건설·일렉트로닉스·종기 등의 주가도 최근 급등해 투입액 이상을 건질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물론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회사가 아예 청산됐거나 예금 대지급 등으로 물어준 돈 등 더이상 회수할 수 없는 것도 많다. 그렇게 떼인 돈은 60조원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98년과 99년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엔 원금의 20%도 못 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회수율이 60%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병석·김현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