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 세무조사는 국민의 자긍심을 높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주성 국세청장(56)은 23일 기자와 만나 "론스타 칼라일 등 외국계 펀드 5곳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 것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청장은 "처음으로 외국계 펀드를 조사한다는 게 쉽진 않았다"며 "실패하면 청장직을 그만두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다"고 4월 당시를 떠올렸다. 국세청은 지난 4월부터 5개월간 론스타 등을 세무조사해 모두 2148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자료제출마저 거부하던 론스타는 지난 14일 국세청을 찾아 사과하고 추징액을 완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청장은 "처음에는 곳곳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고 조사 나간 직원들이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외국계 펀드는 복잡한 자산·자본 및 이익실현 구조 때문에 허점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은 그러나 '예외 없는 추징'을 위해 직원들이 몇 달간 밤을 새우며 씨름한 결과 합리적 추징에 성공하는 뒷심을 보여줬다. 그는 "외국계 펀드나 법률대리인인 김&장법률사무소도 결국 법리적으로 자신이 없어 항복한 것"이라며 "이번 조사로 외국계 펀드에 대한 조사기반을 만든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향후 계속 조사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이 청장은 "미국이나 일본도 우리 조사 노하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종부세 신고납부율이 94.8%에 달한 것과 관련,이 청장은 "사회 투명성이나 국민의 높은 사고수준을 보여준 것"이라며 "지난 1년간 매주 2회 보고를 받는 등 완벽하게 준비해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세수에 대해 그는 "일주일이 남았지만 올해 목표치인 119조8112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8월엔 세수 부족분이 사상 최대인 4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었다. 국세청의 내년 세수 목표는 올해보다 7.3%나 증가했다. 이 청장은 "세무조사의 직접적인 기여도는 전체 세수의 2.2∼2.3%에 불과하다"면서 "내년 세입목표가 올해보다 7.3%나 늘었지만 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달성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기보다 원칙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타 부처 장관 영전설 등에 대해선 "오라할 일도 없고 기대하지도 않는다"며 "잘못되면 항상 물러날 자세로 여기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