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 활성화 기대"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사가 대립했던 고화질(HD) 채널의 재전송 방식에 합의함에 따라 디지털방송 활성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방송위원회와 케이블TV방송협회 등에 따르면 CJ케이블넷 등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들은 디지털 지상파의 변조방식인 8-VSB로 변조된 HD 신호를 재변조하지 않은 채 재전송(by pass)하고 디지털 케이블 셋톱박스에 8-VSB 디모듈레이터를 장착하는 방식에 동의했다. 방송위와 방송사, 가전업체, 학계 등은 10월 '디지털방송전환추진점검단'(단장 정진우 방송위 매체정책국장)을 구성해 재전송 방식 등을 놓고 2개월 이상 논의를 거친 끝에 이날 전격적으로 타결했다. 이로써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는 하나의 셋톱박스로 디지털 케이블방송과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함께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점검단은 또 대원칙을 이끌어냄에 따라 기술과 정책분야로 나눠 실무검토반을 운영키로 했다. ◇해묵은 숙제 해결, 디지털 활성화 기대 지상파방송사가 디지털TV의 난시청 등으로 HD프로그램을 제대로 시청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의 대안으로 1천300만이 넘는 가입가구를 확보한 SO의 네트워크를 택해 디지털방송 활성화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O는 8-VSB 방식으로 제공되는 신호를 바이패스할 경우 주파수 대역의 효율성이 크게 낮아지지만 디지털 케이블의 확산을 위해서는 지상파 HD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SO들은 압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디지털 케이블 변조방식인 QAM 방식으로 재전송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8-VSB 방식의 디지털 지상파 채널 5개(KBS1, KBS2, MBC, SBS, EBS)를 QAM 방식으로 재변조할 경우 디지털 케이블 SD(표준화질)급 채널 10개 이상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MSO 가운데 가장 먼저 디지털 케이블 상용화를 시작한 CJ케이블넷 관계자는 "디지털 케이블 보급 확산의 걸림돌은 HD 콘텐츠였기 때문에 내년 3월부터 8-VSB 디모듈레이터를 장착한 통합 셋톱박스를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재 HD급 디지털 케이블 카드(POD)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으로 디지털방송 확산의 호기인 내년 월드컵 이전까지 개발을 끝내야 한다. 또 SO들이 QAM 재변조를 포기함에 따라 디지털케이블 주파수대역(552㎒ 이상)의 효율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아날로그 대역에서도 디지털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MSO 관계자는 "유선방송 기술 기준에는 552㎒ 이하 대역을 아날로그와 디지털 대역으로 쓸 수 있게 돼 있지만 방송위는 552㎒ 이하 대역을 디지털로 사용하면 아날로그 상품의 채널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로 이용약관을 승인하지 않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통합 셋톱박스 추진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분에 대한 금전적 보상 문제와디지털 지상파 기술표준(ACAP)과 디지털 케이블 기술표준(OCAP)의 차이에 따른 데이터방송 호환 문제, 미들웨어 미비 등의 문제도 선결돼야 한다. ◇IPTV 진입 문제 새국면 맞나 디지털 지상파와 디지털 케이블의 통합 셋톱박스 추진에 따라 IPTV의 진입규제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방송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방송위는 디지털방송 대안매체로서 통신사업자의 IPTV 진입 문제를 고민했지만 이미 보편적 서비스 지위를 갖춘 SO가 디지털 난시청 해소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됨에 따라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 것. 아울러 전날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가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의 인터넷전화 기간면허 신청을 보류한 것도 방송위 입장에서는 IPTV 정책에서 느긋해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