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정부가 테러를 막는다며 영장도 없이 도청을 감행한 사실이 드러나고 미 상원은 '애국법' 처리를 거부하면서 국가안보와 기본권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미국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7일 이례적으로 생중계된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2001년 9·11 테러 이후 30여회 이상 미국 내에서 비밀 도청계획을 허용했음을 시인했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정보 활동의 성격을 들어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정보 관리의 말을 인용,부시 대통령이 비밀도청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부시는 국내와 해외 테러용의자들 간 통신을 대상으로 도청을 승인한 것은 미 헌법상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에 "전적으로 합치하고" 9·11후 의회가 부여한 테러와의 전쟁 수행권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밀도청 활동은 45일에 한 번씩 재검토되고 의회 지도부에도 통보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부시는 또 "뉴욕타임스의 폭로는 불법적인 기밀 공개"라며 "(비밀도청 활동이) 부적절하게 언론사에 입수된 후 공개된 결과,적들이 알아선 안될 정보를 알게 됐고 월권적인 이 폭로로 인해 미국의 국가안보가 손상을 입고 국민이 위험에 빠지게 됐다"고 맹비난했다. 이 활동은 미국 내 시민이나 외국인 관광객 들이 외국의 테러용의자들과 통화한 내용을 감청법원의 영장 없이 도청한 것이다. 500명 정도씩 도청하되 수시로 대상을 바꿨기 때문에 수천명이 도청 대상이 됐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부시는 연설에서 또 애국법 연장에 반대하는 공화·민주 의원들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미 상원에선 애국법에 반대하는 민주당측이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통해 지난 수개월간 법안의 처리를 막아왔으나 지난 16일 공화당측이 표결을 시도하려 했었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 일부가 민주당측에 동조함으로써 무산됐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