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에서 10대 시절 무작정 상경,30대에 음식점 창업,40대에 프랜차이즈 사업가로 변신,50대에 직원 500명을 둔 외식 기업가로 성장…. 김순진 사장의 이력이다. 놀부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700억원이며 가맹점은 500개를 넘어 프랜차이즈 업계 선두권 업체로 부쩍 컸다. 극심한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가맹점이 손에 꼽힐 정도로 튼실한 기업을 일궜다. 이런 기업을 이루기까지 그는 숱한 좌절과 역경을 홀로 뚫어야 했다. 검정고시를 통해 46세에 대학에 들어간 것도 그의 억척스러움을 말해주는 단적인 증거다. 김 사장이 외식 사업을 시작한 건 30대 초반인 1970년대.서울 근교에서 식당을 열었지만 처음부터 잘될 리 없었다. 음식솜씨가 좋다고 주위의 칭찬을 받던 그였지만 막상 식당 문을 열고나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입지에 문제가 있는가 싶어 식당을 여기저기 옮겨도 보고 메뉴도 다양하게 개발했다. "백반에서 해장국,돼지갈비까지 취급 안해본 게 없지만 신통치 않았어요. 결국 18년 전 서울 신림동에서 놀부라는 간판을 달고 보쌈을 시작했는데 이게 히트를 친 겁니다. 맛있는 보쌈을 만들어내려고 식당 바닥에 신문지 깔고 연구하다 밤을 꼬박 새우기를 밥 먹듯 했지요." 처음부터 대박이 터진 게 아니라 숱한 시행착오 끝에 얻은 성과물이 놀부라고 그는 강조한다. 적어도 3년 이상 직영점을 손수 운영해본 사람이라야 제대로 가맹사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짝 아이템을 개발해 곧바로 가맹점을 모집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프랜차이즈 사업가들에 대한 경종이다. 그가 사업을 꾸려가는 데는 굳건한 원칙이 있다. 바로 신용이다. 10대에 농산물 판매업에 손대기 시작한 이래 오랜 사업 경험을 통해 터득한 처세술이기도 하다. "아무리 어려울 때도 직원 월급은 한번도 미룬 적이 없습니다. 빚도 제 날짜에 갚아야 직성이 풀리지요. 만약 나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언젠가 내가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날이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놀부는 외환위기 때도 건재했다. 뿌리가 튼튼했던 덕분이다. 한식에서는 유일하게 16년간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장수를 누리고 있다. 2~3년 반짝하는 찜닭이나 불닭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불경기로 창업시장이 얼어붙은 올해도 '놀부집 항아리 갈비'란 후속 브랜드로 대박을 터뜨렸다. 항아리 갈비는 지난 2월 가맹점 모집에 들어가 현재 90여개를 넘었다. 올해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유일한 히트 브랜드로 꼽는 데 전문가들은 주저하지 않는다. 놀부 가맹점을 하겠다는 희망자가 줄을 서지만 김 사장은 아무에게나 가맹점을 내주지 않는다. 여유 자금으로 점포를 한번 해보겠다는 투자형 창업자는 철저히 배제한다. 오로지 점포 하나에 승부를 걸 생계형 창업자 중 성실한 사람을 가려 뽑는다. 그는 그 이유로 "새로 창업한 음식점 중 약 30%가 1년 안에 문을 닫는 현실에서 아무나 외식업에 뛰어들면 안된다"고 설명한다. 김 사장은 놀부 브랜드를 외국 대도시 길거리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다. 일본 외식업체들과는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이르면 올해 안에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에는 몇 년째 진출방안을 추진 중이다. 준비 없이 나갔다가 실패하지 않도록 김 사장은 틈만 나면 손수 중국 외식시장을 둘러보고 온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