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15일 오후 10시 전격적으로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과 관련한 후속보도를 내보냈다.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라는 70분 분량의 특별프로그램을 통해 MBC측은 'PD수첩'팀이 그동안 황 교수 연구의 진위 여부에 관한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취재과정,이를 통해 드러난 사실 등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들을 상세히 방영했다. 프로그램은 우선 지난 5월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전문잡지인 '사이언스'에 실린 황 교수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황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업적이 실제 상용화되면 난치병 환자들에겐 '구원의 빛'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지난 6월 황 박사 논문의 진실성을 의심케 하는 제보를 한 제보자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제보의 핵심은 2005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황 교수팀의 논문저자들 대부분이 실제 줄기세포를 보지 못했다는 점.2004년까지 황 박사 연구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제보자(연구원)는 "황우석 교수가 지난 2004년 3월 발표한 논문만으로는 줄기세포를 경제화시키지 못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 10년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술로는 안 되고 10년은 기다려야 하는 연구 결과를 거짓으로 꾸며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제보자는 "황 교수가 지금이라도 과거를 묻고 새로 시작하면 좋은 데 덮어두려고 했다"면서 "지난 5월 도저히 양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사실이 아닌데 저렇게 발표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제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 교수팀에서 나온 이유는 황 교수를 설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아줄기세포는 실용화될 수 없다"며 "지난 98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한 사람도 치료목적으로는 절대 생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특히 암이 안 생겨야 된다. 줄기세포가 역분화에 정분화까지 하는데 암이 안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제보자는 "황 교수에 대한 좋지 않은 말들이 방송으로 나가도,대중한테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해도 설득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황 교수가 지금 굉장히 큰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이 생길 것이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피츠버그대에 파견된 황우석팀의 김모 연구원은 "황 교수가 세포사진 조작을 직접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강성근 교수도 옆에 있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2,3번 줄기세포 라인은 정확히 찍었고 이것을 가지고 4번 세포를 만들었을 것"이라며 "황 교수가 셀라인 3개를 주고 11개로 스테이닝하라고 시켰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중 2,3번 두 개의 줄기세포를 가지고 11개의 줄기세포 사진을 만들었다"고 실토했다. 그는 "황 교수가 사진을 많이 만들어 놓자고 했다"며 "황 교수가 논문에 실었는지는 논문을 보기 전엔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부담이 됐다"면서 "자신은 황 교수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3번 줄기세포도 환자의 실제 체세포를 복제한 것이 아니라 미즈메디병원이 자체 냉동보관 중이던 수정란으로부터 추출,배양한 잉여배아줄기세포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 프로그램은 주장했다. 제보를 한 A연구원은 "나머지 줄기세포도 미즈메디병원에 보관 중이던 수정란 줄기세포를 황 교수가 체세포 줄기세포로 활용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취재진도 제보원의 증언을 토대로 사실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취재결과 2005년 논문의 공동저자로 돼 있는 25명의 연구원 중 절반가량이 연구과정에서 특별한 업적이 없는 사실도 확인했다. 더 큰 문제는 누구도 줄기세포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논문의 제2 저자로 돼 있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물론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도 줄기세포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논문을 게재한 '사이언스'를 방문했고 '사이언스'의 편집장으로부터 논문검증은 실제 세포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서류나 데이터로 한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프로그램에서는 이와 함께 특허출원을 위한 줄기세포 기탁도 없었음을 확인했다. 한국세포주은행의 한 관계자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특허출원을 위해선 실제 세포의 기탁이 있어야 하는 데 2005년 줄기세포의 경우 우리가 황 박사팀으로부터 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공개했다. 제작진은 황 교수의 지시로 2,3번 줄기세포를 갖고 나머지 9개 세포를 복제했다는 연구원의 증언도 내보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