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 양말서 틈새시장 .. 로데오드라이브, 연400만켤레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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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산업이라구요? 양말도 다 같은 양말이 아닙니다."
흔히 양말과 같은 의류 봉제업은 국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양산업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성남시 중구 상대원동에 자리잡은 로데오드라이브(대표 김강호)는 양말이라는 단일 아이템으로 한 해 30억원 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리는 중소기업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틈새시장을 뚫은 덕분이다.
김강호 로데오드라이브 대표(41)의 사무실은 3개의 벽면이 모두 양말 샘플로 가득 차있다. 남성용 정장양말부터 여성용,스포츠용,어린이용 양말 등 종류도 다양하다. 다시 사무실 옆 공장으로 발길을 옮기면 첨단 국산 설비가 하루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디자인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수 십개의 실들이 자동으로 무늬를 입힌다. 직원수 17명으로 연간 400만 켤레의 양말을 생산하는 현장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양말은 평범한 양말이 아니다. 발목 부분에 지퍼를 달아 여행자들이 여권이나 신용카드,비상금 등을 넣을 수 있도록 한 제품,'John''Paul' 등 영문 이름과 그 유래를 적어넣은 교육용 양말,향나무와 은나노 가루를 입혀 살균력을 높인 것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 제품들이다.
김 대표는 "양말산업은 이제 가격 경쟁으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게 됐다"며 "그러나 디자인과 제품 컨셉트를 달리하면 고부가가치 패션산업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국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무역업체에서 근무하던 김 대표가 양말에 승부수를 띄운 것은 1997년이다. 1992년 미국 LA로 유학길에 올랐다가 공부를 중단하고 가발 사업을 하던 그는 외환위기 당시 환율이 오르면서 가격경쟁력이 생기자 양말 사업에 뛰어 들었다. 미국 호주 영국 등지에서 '틱택톡(Tic Tac Toc)'이라는 브랜드로 팔리는 어린이용 양말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것은 물론 '메르꼴레디(Mercoledi)'라는 자체 브랜드로 미국 시장까지 뚫었다.
최근 김 대표는 내수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남성용 은나노 정장양말로 국내 유통망 구축에 나선 것. 이 양말은 국가공인시험기관인 한국섬유기술연구소로부터 올초 황색포도상구균 및 폐렴균 등이 18시간 이후 99.9%까지 감소한다는 시험결과를 얻었다.
김 대표는 "일반 양말이 켤레당 3000~5000원 정도에 팔린다면 닥스,나이키,필라 등 브랜드 파워가 있거나 기능이 첨가되면 7000~1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간다"며 "디자인과 브랜드,기능성이 갖춰진 양말은 패션시장은 물론 선물 시장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