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불신 키우는 재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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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9일 아침 보도해명자료를 하나 냈다.
전날 발표한 공공자금관리기금법 개정안에 대해 한국경제신문이 "정부,국민연금 또 가져다 쓰나"라는 기사를 게재하자 비난의 확산을 서둘러 막아보자는 계산에서다.
해명자료의 골자는 이렇다.
재경부가 공자기금법 제6조를 보완한 것은 공자기금 재원조성을 위해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한 것일 뿐이라는 것.국민연금기금 등 특정 기금에 대해 새롭게 예탁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경부의 해명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재경부는 전날 내놓은 개정안 보도자료에서 이미 의심을 충분히 살 만한 행동을 했다.
'재경부 장관이 기금 관리자 등에게 여유자금을 관리기금에 예탁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기금 관리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6조2항)는 내용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료에는 '공무원 연금,우체국 예금 등에 대한 의무예탁 제도를 폐지한다'는 등의 내용만이 담겨 있었다.
보도자료만 보면 재경부의 규제 완화 노력에 감탄이라도 해야 할 법하다.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나 연금 전문가들은 문제의 조항은 재경부가 국민연금기금을 얼마든지 끌어다 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2000년 이후 폐지된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의무예탁을 필요에 따라 재개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재경부는 필요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말이 사실이라면 구태여 '특별한 이유 없으면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요청할 수 있다'는 문구로도 충분한데 말이다.
누가 봐도 강제성이 농후한 문구를 '근거 마련'이라는 용어로 포장하는 재경부를 믿지 못하는 것은 과거 국민연금기금을 낮은 이자에 끌어다 쓰며 결과적으로 기금에 손실을 입힌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이자를 보전할 수 있다'는 법 규정을 '보전하지 않아도 된다'로 해석해 2조6000억원에 이르는 국민연금기금의 손실분을 물어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정부의 이런 행동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재경부 관계자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김혜수 경제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