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2일 중국 베이징의 롱런체육장에는 무려 4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한국의 인기가수 비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날 처음으로 중국 단독공연을 가진 비는 팝댄스곡 '나'를 시작으로 '나쁜 남자' '아이 두' 등 20여곡을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매너로 열창,중국팬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일부 관객들은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사랑해요' '멋져요' 등을 연호하며 열띤 환호를 보냈다.

이날 공연티켓가격은 80위안(약 1만1000원)~1880위안(약 26만원)으로 전량 매진됐고 체육관 주변에는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을 상대로 암표상들이 활개치기도 했다.

비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류스타의 한 명이다.

올 1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도쿄 오사카 홍콩 베이징을 돌아 12월30일 타이베이에서 마무리 될 그의 '레이니 데이'콘서트는 15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공연수익으로만 60억원 이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카리스마는 다른 가수와는 판이하다.

대부분의 가수가 '호감과 공감'이라는 코드로 팬들에게 다가가는 반면 비는 '긴장과 압도'로 팬들을 휘어잡는다.

그의 뮤직비디오 '잇츠 레이닝'에서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무대 위에 올라가 오직 춤과 노래만으로 관객을 열광시킨다.

그는 마치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듯 기승전결의 구성을 완벽히 갖춘 무대를 연출한다.

단순히 어떤 춤의 기술을 보여준다기 보다 자기가 계획한 감정의 흐름에 따라 무대를 연출하고 관객들이 그가 의도한 감정선에 따라 반응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비의 중국과 동남아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DR뮤직의 윤등룡 대표는 이에 대해 "비는 무대 위에서는 가수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연출자이자 안무가이자 조명감독이자 음악감독"이라고 표현했다.

비의 또다른 특징은 세대 통합형 스타라는 점이다.

일단 폭넓은 연령층이 시청하는 드라마를 통해 보편적인 인기를 얻은 다음 콘서트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몰이에 나선다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여기에 비는 스타로서 '매력적인 반항아'와 '귀여운 마초'이미지를 동시에 갖췄으면서도 실생활에서는 지극히 모범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연령대를 아우르는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레이니 데이'의 국내 초연 때 관객들의 평균 나이가 34.7세였다는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한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수로 데뷔한 비는 연기자로밖에 활동하지 않는 또다른 한류스타 배용준과 달리 멀티엔터테이너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보아는 가수로만 활동한다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

그리고 배용준과 보아가 일본열도 중심의 스타라면 비는 일본열도를 포함한 아시아의 대표 한류스타라는 것도 차이점이다.

올해 스물세살인 비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아직 그는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보여줄 그의 카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많은 연예계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그의 미국진출도 머지 않은 장래에 이뤄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의 음악적 스승격인 가수 박진영은 이미 프로듀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그는 "미국 음반시장 관계자들과 가수들이 비를 보고 감탄하고 있다.

성공을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