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미국 메릴린치의 직원 수는 총 5만600명.이 중 절반에 가까운 2만3000여명이 투자은행(IB) 관련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증권사들이 IB업무를 핵심 영역으로 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알짜배기 수익은 IB부문에서 주로 나온다. 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지 않는다. 지난 2001년 골드만삭스의 제안에 따라 독일 알리안츠가 드레스드너은행을 인수한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증권사가 금융시장 경쟁구도를 치밀하게 분석한 후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가장 적합한 조합을 도출해내 먼저 고객사에 제의한 것이다. 메이저급 투자은행들은 전 세계 IB시장을 무대로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최근 홍콩증시를 통한 중국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실적이 급증하면서 각국의 투자은행들은 중국 IPO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600억 홍콩달러(약 8조원) 수준이었던 중국기업들의 홍콩증시 IPO 규모가 올해는 2배인 1200억 홍콩달러까지 성장했다. 이 시장에서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이 올해 IPO 실적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모건스탠리(3위) 메릴린치(4위) 골드만삭스(5위) 도이체방크(6위) 등 유명 투자은행들이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중국에선 중국국제금융(CICC)이 2위를 차지해 체면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CSFB의 경우 아시아지역(일본 제외) 매출 42억5000만달러 가운데 72%인 30억8000만달러를 중국에서 챙길 정도로 열성을 보이고 있다. 유럽 최대 투자은행인 UBS는 전통적으로 프라이빗뱅킹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왔지만 최근에는 IB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과 인력보강을 통해 지난해 M&A 자문실적에서 세계 7위까지 상승했다. 1만5000여명의 IB인력이 31개국에서 8000여개 법인,5700여 기관투자가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일본 증권사로는 닛코씨티증권과 다이와증권SMBC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닛코씨티증권이 속한 씨티그룹은 2003년 일본 M&A시장에서 228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따내 메릴린치를 제치고 수위에 올랐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버티고 있는 대규모 '딜' 대신 중소형사 M&A부문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스미토모그룹 계열의 다이와증권SMBC는 올해 1분기 IB수수료 수입이 82억3100만엔에서 2분기에는 138억3000만엔으로 증가하는 등 IB 영업실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