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많은 눈이 내린 한국은 이제 동토의 땅이 됐지만 상하의 여행지 괌은 여전히 작열하는 태양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인 괌은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 관광지지만 이 섬에는 아직도 우리를 기다리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 많다.


흔히 괌을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섬 사이판과 비교할 때 '사이판보다 좀 더 도회적이고 시끌벅적한 곳'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괌에도 사람의 손때가 덜 묻은 곳은 얼마든지 있다.




바로 파이파이(fai fai) 비치가 그런 곳이다.


괌의 특급호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투몬 베이의 북쪽 끝에 위치한 이 해변은 번화가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지만 방문객에게 마치 자연 한가운데 고립된 별천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차로 직접 해변에 접근하기 어려운 까닭에 지나는 행인이 거의 없어 나만의 개인 별장에 온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투몬베이의 호텔을 출발해 차로 불과 1~2분 달리다 바닷가쪽 비포장 도로로 차를 돌리면 얼마 못가 길은 끊기고 차에서 내려 걸어야 한다.


해변가 절벽을 따라 나있는 비좁은 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몇 차례 하다 보면 절벽을 돌아 어느 순간 눈앞이 탁 트이며 파이파이 비치가 나타난다.


파이파이는 '풍족하다'라는 차모로 원주민 말로 예전에는 모든 게 풍부한 이곳에 상당수의 원주민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지금도 이곳은 여전히 풍족한 곳이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 향해 마주서면 오른쪽 멀리로는 유명한 사랑의 절벽이,왼쪽으로는 바다 건너 투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뒤를 돌아보면 코코넛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소박한 리조트 시설이 이국의 정취를 더해준다.


리조트 뒤로는 야자수와 바나나 나무가 쪽빛의 하늘을 머리에 이고 울창한 열대 정글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 도착하면 누구라도 우선 바다 속으로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


거울처럼 투명한 물 속에는 우리가 수족관에서나 봤음직한 '바다세계'가 눈앞에서 바로 펼쳐진다.


물안경과 아쿠아슈즈 구명조끼 등 간단한 스노클링 장비만 갖추면 바로 산호초로 가득한 바다 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수심 1m도 안 되는 얕은 곳에서도 형형색색 열대어들의 화려한 몸짓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정신없이 열대어 뒤를 좇다 보면 산호 사이로 성게도 보이고 해삼도 살아서 꿈틀댄다.


수심이 얕고 파도도 거의 없는 데다 물도 따뜻해 어린이와 함께 하기엔 최고의 코스다.


좀 쉬고 싶다면 분 가루 같은 모래사장을 걸어도 좋고 야자수 그늘 아래 벤치에 누워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것도 좋다.


'파우더 샌드(powder sand) 비치'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이곳의 모래는 곱기로 유명하다.


시장기가 느껴질 때면 어디선가 고기굽는 냄새가 미각을 자극한다.


비치에 딸린 리조트에서는 원주민식 전통 바비큐와 소시지 밥 등이 점심으로 나오는데 한국인 사장이 곁들여 주는 김치 맛도 일품이다.


식사 중 목이 마르면 천연 코코넛 주스를 마실 수도 있다.


바로 딴 코코넛을 칼로 베어 즉석에서 들고 마시는 것도 별미다.


식사 중에는 원주민의 전통 공연도 곁들여진다.


편안하게 식사를 하면서 공연도 즐기고 흥이 나면 무대에 함께 올라 엉덩이를 흔들며 이들과 어우러져 흥겨운 훌라춤 한판을 벌여 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배가 어느 정도 부르다면 이제는 정글을 탐험할 때다.


리조트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 정글 초입에 들어서면 바나나가 주렁주렁 달린 바나나 나무와 토란,파파야 나무가 야자수와 어울려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작은 도마뱀들은 여기가 원시 자연임을 말해준다.


정글 탐험의 백미는 석회암 동굴.


시원한 동굴 속으로 20여m 들어가면 동굴 지하수가 호수처럼 고여있어 묘한 느낌을 준다.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물 속에 몸을 담그면 은은한 조명과 더불어 신비하고도 오묘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꼭 찾아볼 만한 코스다.


자연 속에 푹 파묻혀 하루 정도를 보냈다면 각종 즐길 거리와 쇼핑센터,먹거리로 넘치는 괌의 중심지 '플레저 아일랜드'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플레저 아일랜드는 투몬 베이에 위치한 아웃리거(Outrigger) 리조트 안쪽으로 한 블록에 해당하는 거리로 면세점과 테마레스토랑 수족관 게임관 등 다채로운 시설이 몰려 있다.


이곳의 면세점에는 각종 명품 매장이 밀집해 있으며 화장품 아동용품 기념품 등 다양한 상품을 쇼핑할 수 있다.


또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레스토랑인 플래닛 할리우드와 하드록 카페를 비롯 각종 유명 음식점이 즐비하며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도 많다.


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터널식 수족관에서부터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실내 테마공원,그리고 라스베이거스식 디너쇼와 칵테일 쇼를 즐길 수 있는 곳에 이르기까지 오락을 위한 거의 모든 시설이 준비돼 있다.


플레저 아일랜드에서는 각종 기념일이면 세계 문화 축제 등 다양한 행사가 거리에서 열려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요즘은 연말을 맞아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와 길거리 장식 등이 화려하게 밤을 수놓고 있다.


특히 이 지역 한가운데 자리잡은 아웃리거 리조트는 플레저 아일랜드 어느 곳도 걸어서 5분 전후에 갈 수 있는 요지에 위치해 주변 명소를 둘러보기에 적합하다.


아웃리거 리조트 내 호텔은 전 객실에서 바다를 볼 수 있게 설계돼 있어 남태평양의 모습을 객실에서 감상하기엔 그만이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만다라 스파에서는 다양한 마사지와 미용 프로그램을 경험해 볼 수 있고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만5~12세 어린이를 돌봐주는 키즈 클럽도 호텔 내에 마련돼 있다.


괌에 관한 여행정보는 괌 관광청 한국사무소(www.welcometoguam.co.kr 또는 02-765-6161)에 문의하면 된다.


괌=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