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리더라면 누구나 중앙 무대에서 구성원들의 존경을 받으며 강력한 파워를 행사하고 싶어한다. 이런 욕구는 때로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제가 안 됐을 때의 해악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서류만으로 에너지를 사고 파는 회계부정으로 수백억달러를 공중분해시킨 엔론의 켄 레이,140조원의 정크본드를 조성해 주식과 사채시장을 교란시킨 국제 기업사냥꾼 마이클 밀켄,초호화판 생활로 빈축을 사면서도 자기 아들에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종신회원 자격을 주려 했던 사마란치의 행위가 그에 속한다. 또 반세기 가까이 미국 중앙정보국장 자리에 앉아 유명 인사들의 정보를 떡 주무르듯 했던 후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위 독성 강한 리더(Toxic Leader)들.양질의 지도자와는 거리가 멀면서도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진 립먼-블루먼 지음,정명진 옮김,부글북스)은 일그러진 영웅들을 따르고 지원하는 추종자들에게 주목했다. 지금은 금융시장에서 추방된 밀켄을 '미국 경제를 일으켜세운 장본인'으로 떠받드는 일단의 세력,엔론사로부터 막대한 헌금과 연봉을 받은 이후 원군 역할을 톡톡히 했던 정치인·학자·컨설턴트 무리가 바로 그들이라는 것.이들이 끊임없는 충성심으로 고통을 참으며 추앙할 대상이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내는 등 통제신화를 쓰고 있기 때문에 악성 리더가 활개 친다는 지적이다. 문제 있는 리더십의 원인 중 일부가 지지자의 자질부족에 있다는 독특한 시각이다. 저자는 그 배경에 경제 불황,격동적인 정치,직장의 위기 상황이 있다고 보았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두려움과 불멸에 대한 환상이 부도덕한 카리스마 대열에 줄서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걱정하거나 은퇴가 코앞에 닥친 사람일수록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 책은 무자비한 직장 상사,비양심적인 정치인,좀스런 최고경영자를 분별하고 이들과 맞설 수 있는 안전장치를 제공한다. 그리고 재정의한다. '리더십은 특권이 아니다. 수많은 개인의 것이며 또 함께 책임져야 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하여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아프리카 줄루 인의 생각처럼.' 464쪽,1만5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