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특정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때 경쟁업체의 프로그램이 악성 프로그램으로 분류돼 자동삭제되도록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또 인터넷 이용자가 설치해 놓은 경쟁사 프로그램이 작동되기 전에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기 회사의 인터넷 사이트로 강제이동하도록 하는 것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정영진 부장판사)는 `한글인터넷주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넷피아닷컴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을 `악성'으로 분류해 삭제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용, 손해를 입었다"며 경쟁업체인 아이지소프트ㆍ작은거인ㆍ소리바다 등 3개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 회사 3곳에서 "원고는 우리 회사들의 검색 프로그램을 설치한 이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유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원고측 사이트로 강제 이동되도록 해 놓아 영업을 방해받았다"며 ㈜넷피아닷컴을 상대로 낸 맞소송에 대해서도 피고측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넷피아닷컴은 인터넷 주소창에 한글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도메인으로 연결시켜 주는 `한글인터넷주소' 프로그램을, 아이지소프트 등 3개사는 유해성 프로그램을 찾아 삭제해 주는 프로그램 `다잡아' 등을 운영하는 회사이지만 상대 회사가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프로그램도 동시에 제공해 주고 있어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 재판부는 원ㆍ피고 회사들이 서로 영업을 견제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도 구체적인 피해상황이 입증되지 않아 양측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터넷 이용자가 피고측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원고측 프로그램은 합리적 기준 없이 `악성'으로 분류돼 자동 삭제되고 있으므로 피고는 경쟁사업자 배제 의도로 원고의 영업수단을 삭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역시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와 공모한 뒤 인터넷 이용자가 피고의 키워드 검색 프로그램을 이용하려고 하면 곧바로 원고의 사이트로 이동하도록 설정해 놓아 피고측 프로그램 작동을 방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 당사자 모두 상대방 때문에 자기 회사의 프로그램 이용자가 감소했다고 주장하나 구체적인 입증이 없으므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원ㆍ피고가 서로 프로그램을 자동삭제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했더라도 프로그램 설치시 인터넷 이용자의 동의를 얻었거나 다른 유사프로그램의 삭제를 고지한 경우라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