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는 경영 위기에 봉착했을 때 원가계산 방법의 혁신을 이룸으로써 '네온'이라는 신차를 발표하고 회생할 수 있었다. 현재의 생산방법과 원자재 가격,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해 차 값을 산출하는 기존의 원가계산 방법에서 벗어나 고객이 요구하는 차 값을 우선 조사한 다음 그 가격에 신차를 공급할 수 있도록 원가에 반영되는 모든 것, 심지어는 생산방법까지 혁신했다. 주로 저가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파괴적 혁신'의 한 사례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혁신'은 이제 생존의 필수 덕목이 됐다. 인터넷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키보드만 두드리면 어떤 물건이 어디서 가장 싸게 파는 지 간단하게 알 수 있다. 거래의 투명성이 증대되면서 기업들은 최고의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내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이는 기본적인 경제적 인과법칙이며, 기업이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이달 중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 CEO들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경영혁신 방향으로 '고객만족 경영'을 으뜸으로 꼽았다. 매출액 기준 국내 1000대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에서 경영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70.2%)와 '필요하다'(29.0%)라고 밝힌 CEO가 전체 99.2%를 차지했다. '철 밥통'과 '방만 경영'은 이제 경영 바이블에서 사라지는 단어가 됐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중소기업청 한 간부는 최근 개최된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정기세미나에서 "3백만 중소기업 중 혁신 형 기업이 단 1%뿐이라도 이 기업들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혁신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부문의 경쟁력 및 생산성 향상을 선도할 수 있는 리딩그룹을 집중 육성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부전이굴'(不戰而屈), 즉 싸우지 않고 적군을 굴복시키는 손자병법을 기업경영에 접목하며 해당분야에서 독보적인 철옹성을 구축한 혁신기업들이 있다. 건축물 철골공사에 들어가는 합성용 데크플레이트를 생산하는 (주)제일테크노스가 바로 그런 기업이다. '노가다 산업'이라는 틀을 벗어던지고 R&D에 집중 투자한 이 회사는 철근배근이 필요 없는 내화구조용 합성 데크플레이트를 국내최초로 개발해내는 성과를 일궈냈다. 1971년 설립 당시부터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꾀해 온 이 회사의 성장이면에는 20여건의 신기술 및 특허가 존재한다. 해당분야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해나가는 기업의 전형을 보여준다. 진양제약(주)는 척박한 생명공학 환경에서 신약개발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업체다. 현재 삼성서울병원과 공동으로 백혈병을 포함한 암 치료제 신약개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특허결정을 받는 경사를 맞았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과 함께 나노기술을 이용한 개량신약의 제제연구도 진행 중인 진양제약(주)는 현재 미국 FDA 기준에 맞는 품질관리시스템과 생산시스템을 도입해 품질혁신에 나섰다. '노루표페인트'로 유명한 60년 전통의 (주)디피아이는 '브랜드 혁신'을 거둔 케이스다. 국가 경제 성장과 함께 해온 전통의 장수기업답게 해당업계를 선도해온 이 회사는 글로벌 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최근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노루페인트'로, 해외에서는 'NOROO'로 시장을 공략해 나갈 방침이다. 이밖에 IT 운영관리 자동화솔루션의 대표주자로 통하는 (주)시스게이트와 전 세계 3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해외에서 먼저 입지를 다진 벨브 생산업체 (주)에이스브이도 새로운 기술과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혁신경영'의 모델이다. 막강한 맨 파워와 도전적인 기업문화, 모방을 거부하는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성장해 나가는 혁신경영의 주인공들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