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팔아도 걱정(?)' 올 여름 무더위 덕분에 사상 최대의 에어컨 판매고를 올렸던 국내 가전업체들이 요즘 고민에 빠졌다. 올해 에어컨을 너무 많이 판 탓에 내년 신규 수요 및 교체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25일 삼성전자 LG전자 등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장에서의 에어컨 총 판매량은 지난달까지 2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까지 매년 130만~140만대를 유지해왔던 판매량을 껑충 뛰어넘는 규모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80%가량 늘었으며 LG전자도 전년 대비 50%가량 증가했다. 대우일렉도 지난해 9만대를 팔았으나 올해는 12만대를 돌파했다.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100년 만의 무더위가 올 것'이라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올해 초 기상예측 덕분.실제 삼성전자는 에어컨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난 1월부터 5월 사이에 예년보다 50만대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여기에다 지난 7월 장마가 예상보다 짧은 대신 9월까지 폭염이 계속되면서 에어컨 판매 비수기인 8월 말 이후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이처럼 호황을 누린 가전업계의 최근 고민은 '내년엔 어떻게 하나'이다. 업계는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무더위 예보와 폭염 덕분에 당초 기대치를 크게 넘어섬에 따라 내년 신규 수요 및 교체 수요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에어컨 마케팅팀 관계자는 "에어컨의 경우 날씨에 따른 판매량 증감폭이 큰 데,올해의 경우 무더위 덕분에 50만∼60만대의 초과수요가 있었다"며 "내년에도 올해처럼 무더위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에어컨 판매량 급감은 뻔하다"고 말했다. 내년 에어컨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변수는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이다. 하이얼은 지난 7월 국산 제품보다 30%가량 가격이 싼 저가형 벽걸이형 에어컨 5개 모델(4∼12평형)을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 출시 후 3개월간 하이얼은 무려 1만5000대의 에어컨을 팔았다. 하이얼은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스탠드형 에어컨과 시스템에어컨 등 7개 프리미엄 제품을 한국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하이얼은 내년에는 600여곳의 자체 유통망과 200여곳의 애프터서비스(AS)망도 구축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국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처럼 에어컨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내년 판매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에어컨 내수시장 규모를 최대 150만대로 잡았으며 LG전자 역시 170만대로 낮춰 잡았다. 아울러 국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시스템에어컨 시장에 주력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