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레드 블루 옐로 그린 오렌지 퍼플 블랙.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이 여덟 가지 색상과 한국의 전통색인 오방색을 주제로 한 의상전시회가 24일부터 내년 1월27일까지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회 이름이 좀 길다. '레인보우: 컬러와 패션(She's like a rainbow/Color and Fashion)-FIT의상박물관 컬렉션/오방색전'. 삼성디자인학교(SADI. Samsung Art & Design Institute. 학장 원대연 元大淵)가 개교 10주년을 기념, 뉴욕의 세계적인 패션학교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크리스티앙 디오르, 코코 샤넬 등 시대를 풍미했던 디자이너 35명의 의상작품 50점을 감상할 수 있다. FIT 의상박물관 소장품이 아시아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김동순(울티모) 김석원&윤원정(앤디앤뎁) 박은경(thru박은경) 서정기(서정기 컬렉션) 정구호(KUHO) 등 한국 디자이너 5명이 오방색(적청황흑백)을 주제로 만든 의상 25점도 전시된다. 1관(레인보우)에는 총 5만점이 넘는 FIT 소장품 중에서 고르고 골라온 50점이 여덟 가지 주제색에 따라 분류 전시된다. 18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시대를 대표해온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들이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코코 샤넬, 레이 가와쿠보, 크리스티앙 디오르, 존 갈리아노, 톰 포드(구치), 잔프랑코 페레, 할스톤, 마담 그레, 엘사 스키아파렐리, 워드 등등. 대중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와,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의상사적으로 중요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섞여 있다. 옅은 파스텔 블루와 채도가 높은 진청색, 주홍과 쇼킹 핑크가 하나의 주제색 안에 함께 자리한다. 존 갈리아노가 선보인 카무플라주 프린트의 이브닝드레스처럼 주제색이 무늬나 배색의 형태로 포인트 색상이 된 경우도 있다. 쇼킹 핑크를 처음 선보인 스키아파렐리의 1940년대 이브닝드레스, 패션의 모더니즘 시대를 연 샤넬의 검정 드레스, 1976년 무렵 미국을 휩쓴 할스톤의 빨강색 살롱 이브닝드레스 등이 눈길을 끈다. 2관(오방색)에서는 한국인의 삶과 의식을 지배해온 오방색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1990년대 중반부터 올해까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시각으로 오방색을 재해석하고 표현한 의상들에서 현대 한국패션의 흐름과 자유로워진 색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서정기는 오방색의 원형에 가까운 원색들로 이브닝 모드를 선보인다. 박은경은 젊음을 상징하는 스트리트 룩에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성의 이미지를 입혔고, 정구호는 미니멀한 5색 이브닝드레스로 패션의 본질을 탐구했다. 앤디앤뎁은 화가 마크 로스코의 색감과 밀리터리 이미지로 접근한 의상들을 보여주며, 김동순은 베이지색 인조모피 위에 원색의 노랑 물감을 칠해 새로운 노랑을 탄생시켰다. 원대연 SADI 학장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역사적인 작품들을 실물로 직접 대하는 경험은 책이나 사진을 통한 간접경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있다"면서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우리 패션계에 의상박물관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직접체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SADI는 개막일인 24일 오후 2-4시 삼성생명 국제회의실에서 '패션에서의 컬러'를 주제로 발레리 스틸 FIT 의상박물관 관장의 강연을 개최한다. 전시회 관람료 일반 5천원, 초중고생 3천원(20인 이상이면 일반 3천원, 초중고생 2천원). 관람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월요일 휴관, 로댕음악회 있는 날은 9시까지 전시). ☎02-2259-7781, www.rodingallery.org (서울=연합뉴스) 이종호 기자 yesn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