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동호회에서 알게 된 삼성전자 전·현직 연구원들이 최신 스마트폰 제조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다 검찰에 적발됐다.이번에 유출될 뻔한 기술은 휴대폰에 PDA(개인휴대단말기)기능이 부가된 유럽형(GSM) 2.5세대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삼성전자가 250억원을 투입해 개발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17일 유럽에서 주로 쓰이는 GSM 방식 휴대전화단말기의 핵심기술 등을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삼성전자 연구원 정모씨(31) 등 4명을 적발했다.검찰은 이 중 정씨와 삼성전자 전 연구원 채모씨(29)를 구속기소하고 기술 유출에 가담한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 공모씨(29)와 벤처기업 M사 대표 김모씨(27)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채씨는 지난해 3월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로 사내 다른 사업부에 있는 김모씨로부터 회사가 개발 중이던 GSM 스마트폰의 회로도 등을 전달받아 이를 같은 동호회 회원이었던 정씨와 공씨에게 노트북 등에 담아 건네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채씨의 후배인 김씨의 경우 기술유출 의도는 없어 형사처벌은 면했지만 부서간 개발정보 공유를 금지하는 회사규정을 위반했다. 정씨도 작년 8월 3가지 종류의 모바일 CPU 개발을 위한 회로도 등을 채씨에게 보낸데 이어 4월에는 채씨로부터 받은 자료를 미국에 거주하는 허모씨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또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 동포 김모씨를 통해 현지진출 방안을 모색했으나 여의치 않자 다른 사업 파트너를 구하려다 이를 눈치 챈 회사측이 국정원에 알려 덜미가 잡혔다.만약 이들이 적발되지 않고 해당 기술이 유출됐더라면 향후 5년 간 약 5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되고 스마트폰뿐 아니라 전체 GSM폰 시장으로 피해가 확대되면 총 매출 손실은 최대 8조8000억원에 이른다고 검찰을 전했다. 이번에 구속된 정씨와 채씨는 대학시절 삼성전자가 연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등 입사전부터 삼성의 지원을 받았으나 결국 회사를 배신한 셈이 됐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