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근처 아일렉스빌딩의 삼겹살집.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 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이면 가끔 이곳에 들러 직원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 끼어든다. 소주잔을 주고 받으며 말을 귀담아 듣고 자신의 생각도 솔직히 전달하기 위해서다. 소탈한 성품인 데다 술도 잘 마셔 직원들이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홍성일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0층 구내식당을 애용하는 편이다. 직원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해서다. 한국투자증권 경영진은 지금 직원들과 대화하느라 바쁘다. 옛 한투증권과 동원증권이라는 거대조직이 합병하다 보니 얼굴을 익히는 일도 쉽지 않다.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갖고 있어 생각도 많이 다르다. 물리적 통합을 넘어 이젠 '화학적 통합'을 위해 경영진이 발벗고 나선 셈이다. 사실 옛 동원증권은 철저히 능력주의를 따랐다. 반면 옛 한국투자신탁증권은 임금체계나 인사가 보수적으로 이뤄졌다. 쉽게 말해 한쪽은 '미국식'이었고 다른 한쪽은 '한국식'이었다. 두 조직이 합병할 때 이 같은 이질적인 조직문화를 얼마나 빨리 통합하느냐가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이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현재 경영진은 옛 동원도 한투도 아닌 '한국투자증권의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능력을 중시하고 이에 따른 성과보상을 철저히 하되 가족적인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데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임원은 "전체 임원회의가 과거에 비해 매우 치열하게 진행된다"며 "다른 임원이 보고한 안건의 문제점 등을 그 자리에서 지적하고 토론하는 회의 문화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남구 부회장이 최근까지 경기도 용인 연수원에서 중간 간부들과 만나 회사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워크숍을 가졌다. '통일된 기업문화'를 서둘러 만들고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워크숍 강연에서 김 부회장은 "분명한 목표를 갖고 치열하게 일하는 게 중요하며 철저히 그에 따른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스스로가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회사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터로 있던 6층 옥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직원들의 휴식처로 제공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에는 모든 경영진과 직원들이 모여 가든파티 형식의 '호프데이' 행사를 열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42세로 김재철 무역협회장(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동원산업을 거쳐 91년 동원증권에 입사했고 2004년 동원증권 대표를 지냈다. 홍성일 사장(56)은 삼성증권 부사장,신공항고속도로 대표를 거쳐 지난 2000년부터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