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기업 인수·합병) 시장은 '종합병원'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은행만을 통해 모든 일을 해결하려 했다. 이제는 기업들이 M&A라는 종합병원에서 '환부'를 구조조정하고 다른 기업도 인수하는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 강원 박사)


M&A는 전략인 동시에 전쟁이다.


사업을 확장하는 면에서는 중요한 경영 전략이고 기업을 사고 파는 점에서는 원시적인 전쟁에 가깝다.


그렇다면 M&A는 국가적으로 경제의 파이를 키워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통로일까,아니면 경제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행위일까.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M&A가 고용 안정,중복투자 방지,구조조정 촉진 및 규모의 경제 달성 등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는 반면 기업들의 신수종 사업 발굴 태만,부채 경영 확산,머니 게임,국부 유출 등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안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의 성장 동력이 식어가고 있는 요즘엔 긍정적인 면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M&A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된 대형 기업들이 정상화 과정을 거쳐 대량 매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인수해 몸집을 불리거나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기업들은 우선 그 기업의 인력까지 흡수하게 돼 국가적으로는 고용 안정을 꾀할 수 있는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같은 업종 내 M&A는 파급 효과가 커 글로벌 시장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국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는 얘기다.


현대차기아차 인수를 통해 덩치를 불린 결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기아차의 기존 인력과 설비를 흡수하고 다시 투자해 단숨에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효과는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M&A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또 다른 측면은 기업 간 중복투자 방지와 구조조정 촉진이다.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현 STX조선)을 2001년 인수한 데 이어 2004년에는 범양상선(현 STX팬오션)까지 인수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신생 STX그룹이 딱 맞아떨어지는 케이스다.


STX가 조선소를 새로 짓고 해운사를 새로 설립해 진출했다면 중복 투자의 함정에 빠졌을 공산이 컸지만 M&A라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국가적으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진 것이다.


현대INI스틸이 한보철강을 인수한 일이나 국내 최대 육상물류 업체인 대한통운 인수전에 항공 물류업체인 금호아시아나그룹 STX그룹 등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지나친 M&A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거 M&A로 명멸한 기업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1990년대 신호그룹과 거평그룹은 M&A라는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아 그룹을 급성장시켰지만 과도하고 무분별하게 빚을 끌어다 쓰면서 단기간에 쇠락하고 말았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한 핵심역량 강화가 아니라면 M&A가 오히려 부채 경영의 확산을 부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M&A가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건전한 시각 정립은 물론 정부 당국의 관련 규제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출자총액규제에 걸려 있는 주요 그룹들이 지금처럼 M&A 시장에서 손발이 묶여 있을 경우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외국계 펀드에 대적할 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