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지난 2~3년간 호황기에 축적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향후 2∼3년간 최소 5000억원 이상을 투자,대대적인 선박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자체 보유 컨테이너 선박 수를 지금의 2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박정원 한진해운 사장은 14일 "몇 년 후 찾아올 또 다른 호황에 대비하기 위해 2008년 하반기부터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선박을 대거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운경기 위축으로 운임 약세가 예상되는 시기에 역으로 '공격경영'을 펼치겠다는 경영전략이다.


박 사장은 "43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4척을 새로 건조하는 계약을 삼성중공업과 조만간 체결한다"면서 "이어 비슷한 크기의 선박 4척을 추가로 발주하는 한편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9500TEU급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9500TEU급은 국내 해운사가 지금까지 발주한 컨테이너선 중 최대 규모다.


한진해운은 이미 6500TEU급 선박 8척을 발주해 놓고 있어 2008년 하반기 이후엔 운용 선단이 현재의 80척(자체 보유 15척,장기용선 65척)에서 100척 이상으로 크게 확대된다.


특히 2008년 이후 자체 보유 선박은 기존 15척에서 31척으로 두 배가량 늘어난다.


박 사장은 "신조선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요즘이 선박 투자의 적기"라며 "대형선 인도로 선복량이 최고조에 달하는 2007년 이후엔 경기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조정국면에 들어선 벌크시황과 관련,"내년을 투자의 호기로 보고 있다"고 밝혀 벌크선단도 함께 확충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코스코(중국) K라인(일본) 양밍(대만) 등을 끌어들여 해운 노선동맹인 'CKYH' 창설을 주도한 박 사장은 세계 해운업계에서 전략가로 통하고 있어 그의 이런 해운경기 전망 및 선대 확충 전략이 맞아떨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박 사장은 최근 상하이를 방문,중국이 동북아 허브항으로 개발한 대소양산항을 둘러본 뒤 "아시아 물량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이 대대적인 항만 인프라 확충에 나선 것은 해운사로서는 반가운 일"이라면서 "하지만 동북아 물류허브를 추진 중인 한국의 해운사 사장으로서는 버거운 경쟁을 거쳐야 할 국내 항만(부산항)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박 사장은 "코스코 차이나시핑 등 중국 대표적 해운사들은 미국 롱비치항,시애틀항 등에서 한진해운 터미널을 사용하거나 공동 운영 중"이라며 "이를 지렛대로 삼아 양산항 개장 이후에도 중국 선사들이 부산항에 지속적으로 기항하도록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