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미국 노인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미국 베이비 붐 세대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함에 따라 중남미 동남아 지중해 지역 등 연중 기후가 온화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국 노인들을 모셔오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막강한 소비 능력을 가진 미국 베이비 붐 세대의 선두주자인 46년생들이 내년이면 60세에 도달한다"며 "이들을 유치하면 의료 주택 관광 등 연관 산업이 동시에 살아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2차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59세)부터 1964년(41세)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의 수는 7800여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2억9000만명)의 27%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미국 노인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남미 국가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코스타리카 파나마 온두라스 등 카리브해 국가들은 은퇴 노인들이 자국 내에서 15만달러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면 '외국인 투자자'로 인정,세제상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 월 평균 37달러만 지불하면 내국인처럼 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까지 준다. 이처럼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으로 떠났던 히스패닉 이민자들조차 노인이 되면 본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타리카의 경우 10월 말 현재 은퇴한 미국 노인 2만명을 유치,연간 40억달러의 수입 창출 효과를 보고 있다. 이는 코스타리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풍부한 관광자원을 가진 말레이시아는 '나의 두 번째 집(My Second Hom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외국인 노인들이 주택을 구입하면 오히려 세금을 감면해 주고,외국인 가정부 1명도 동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로부터 많은 은퇴자들을 유치하고 있는 지중해 연안 국가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보험 연금 저축 등과 관련해서는 금융 거래상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 준다. WSJ는 "은퇴한 미국 노인들은 휴양지에서 호텔이나 펜션,여행사 등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구전효과를 내고 있다"며 "점점 더 많은 미국 노인들이 해외에서 노후를 보내게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