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펀드가 부자들 재테크 목록 1순위로 자리잡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서울 대치동 타워팰리스 옆에 위치한 하나은행 매봉지점의 홍승범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은 "예치금액 10억원이 넘는 거액자산가들의 펀드투자 비중이 50% 정도에 이르며 그 중에서도 배당주펀드가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홍 팀장은 "부유층들은 기대수익과 함께 리스크도 철저히 따지는 보수적 투자성향이 강해 배당주 펀드가 이런 니즈를 만족시켜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배당주는 과거 연말 배당시즌에 잠시 주목을 받다가 해가 바뀌면 잊혀지는 '계절용'이었지만,이제는 자금 유입이 연중 고르게 이어지고 있다. ◆배당주펀드 잔액 전년 말의 4배로 고(高)배당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배당주펀드로 올 들어 10개월 동안 6조3216억원이 몰렸다. 덕분에 작년 말 1조9364억원이었던 배당주펀드 잔액이 11월10일 현재 4배가 넘는 8조2580억원으로 불어났다. 펀드규모가 5000억원 이상인 대형 주식형펀드 10개 가운데 '마이다스블루칩고배당펀드(5647억원)'와 '세이고배당주식형펀드(5464억원)' 등 배당주펀드가 2개를 차지한 게 그 인기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펀드뿐만 아니라 일선 증권사 창구에서 시가 배당수익률(배당금÷주가)이 높은 종목을 골라 직접투자에 나서는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임병욱 삼성증권 광화문 지점장은 "배당주펀드 고객의 70~80%는 개인"이라며 "그동안 배당시즌인 연말을 앞두고 틈새상품 정도로 간주됐던 배당주펀드가 거액자산가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배당 실시가 인기 더 높여 작년 말 대기업에서 정년 퇴임한 김기수씨(가명·54)는 요즘 배당 투자로 '두 배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는 퇴직위로금 등으로 받은 1억5000만원을 은행예금에 맡겼다. 하지만 세후 3%대의 이자로는 도저히 성이 차지 않자 올 6월 초 증권사를 방문했다. 김씨는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가스공사는 절대 망하지 않을 탄탄한 기업이며 지금 주식을 사면 연 7%가 넘는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주당 2만8000원대에서 가스공사 주식 2000주(5600만원어치)를 매입했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배당금은 주당 2000원.매년 이 정도만 배당해도 김씨는 연 7.14%(2000÷28000)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챙기는 것이다. 연 7.14%의 고금리 예금에 가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하지만 지난 9월 초 주식계좌에 90만원이 입금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가스공사의 중간배당금(주당 450원씩)이 들어온 것이었다. 가스공사와 같이 반기 또는 분기에도 배당금을 나눠 지급하는 중간배당제를 도입하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중간배당제를 정관에 도입한 상장사는 209개사, 분기배당제를 도입한 기업은 41개사에 달한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중간배당제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1년에 두 차례 이상 이자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중간배당제가 활성화될수록 배당투자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