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이 그동안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사용했던 난자를 놓고 윤리적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그동안 황 교수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공동 연구를 진행해 온 미국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12일 워싱턴포스트지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난자 채취의 비윤리성을 거론하며 황 교수와 결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는 모 불임클리닉에서 난자 매매에 연루됐다는 의혹마저 불거져 연구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정확하지 않은 윤리문제가 줄기세포 연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각과 ▲이번 기회에 윤리적 논란에 대한 진위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 황 교수팀 윤리논란 어떤게 있나 현재 황 교수팀에게 제기되고 있는 가장 큰 윤리적 논란거리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윤리.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는지 하는 점이다.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첫 문제제기는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황 교수팀은 사이언스지를 통해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胚芽)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연구에서 황 교수팀은 한양대 임상시험윤리위원회에서 연구계획을 승인 받아 10여명의 자발적 난자 공여자로부터 받은 총 242개의 정상난자를 연구에 사용했다고 밝혔었다. 이를 놓고 과학저널계에서 미국의 사이언스지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의 네이처지는 그해 4월호 기사를 통해 "황 교수팀 연구실의 박사 과정 여학생이 난자 기증자에 포함돼 있다"면서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이 같은 기사는 국내 생명윤리학자 몇 명이 네이처지에 이 같은 내용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었다. 네이처 기사에 따르면 황 교수팀 연구실의 박사 과정 학생인 K씨는 "(본인을 포함한) 연구실 여성 2명이 (난자) 기증자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다시 전화를 해와 "나쁜 영어 실력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이며 난자를 기증한 사실은 없다"면서 처음의 인터뷰 내용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당시 황우석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구실 직원 중 누구도 난자를 기증하지 않았다"면서 "네이처 기자가 실험실에 취재를 왔지만 연구원 중 누구도 이처럼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이 같은 윤리적 논란은 국내 생명윤리학자와 종교계, 시민단체 등에서 가끔씩 제기되다가 묻히는 듯 싶더니 올해 5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또 사이언스지에 실리자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미국 스탠퍼드대 밀드레드 조 교수팀은 당시 황 교수팀 연구의 윤리적 문제점으로 ▲미국의 섀튼 박사팀이 연구에 참여했지만 미국이나 한국 어느 곳에서도 연구에 대해 정부기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과 ▲의학적 용도로 기증된 난자가 연구용으로 사용된 점 등을 꼽았다. 국내 윤리학자들도 이후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계속 제기하며 공개토론을 주장했지만 황 교수와 국내 윤리학자들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황 교수는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현인수 교수 등 3명의 윤리학자들에게 연구실과 최근 연구성과를 공개하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그러나 지난 2003년부터 황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지속해 온 섀튼 교수가 12일 갑자기 `황 박사가 실험실의 한 여자 연구원에게 돈을 주고 난자를 제공받았다'는 요지의 소문을 거론하면서 `결별'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옴으로써 이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여기에 최근 난자를 불법으로 거래한 여성들이 사법 당국에 대거 적발된 이후 황 교수팀과 함께 줄기세포 연구에 참여했던 모 불임클리닉 이사장이 `매매된 난자가 불임치료에 사용됐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발언함으로써 불타는 장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돼버렸다. ◇ 황 교수팀과 결별 선언한 섀튼, 무슨 의도 있나 황 교수팀과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진 섀튼 교수는 공개석상에서 황 교수를 `형제(brother)'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감을 과시했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미확인 정보를 이유로 황 교수팀과 결별을 선언한 점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동물 복제 전문가로 통하고 있는 섀튼 교수는 원래 위스콘신대에 있을 때만 해도 동물 복제 전문가가 아니고 난자 내 미세 소기관 연구 전문가였다. 하지만 2000년도에 에모리대학의 앤토니 챈 교수 등 다른 대학의 복제전문가들과 오리건주 립대로 옮기면서 복제 연구 책임자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당시 함께 옮겨간 교수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지지 못하면서 그는 이들과 헤어진 뒤 피츠버그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황우석 교수가 배아줄기세포 연구성과를 지난해 이후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에 게재할 때마다 섀튼의 이름이 공동 저자로 올려지는데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그의 역할에 대해 많은 의문이 뒤따랐다. 실제로 올해 5월 사이언스지에 줄기세포 연구성과에 대한 윤리문제를 제기한 스탠퍼드대 밀드레드 조 교수는 첫번째 의문점으로 "논문을 보면 모든 실험이 서울에서 이뤄졌는데, 연구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 섀튼 교수가 어떻게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려졌는가"하는 점을 꼬집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섀튼 교수가 자국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하기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난자 연구가 쉬운 한국을 택했다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은 "섀튼 교수가 연구의 방향성을 정하는데 깊이 관여했고,연구 과정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했다"면서 섀튼을 옹호한 바 있다. 섀튼의 이번 `결별선언' 인터뷰는 황 교수를 만난 지 하루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황 교수는 출국에 앞서 가진 전화인터뷰를 통해 "줄기세포허브와 관련한 연구자들간 미팅 때문에 미국에 간다"고 말했었다. 이미 예정된 줄기세포허브와 관련한 회의였고, 황 교수가 체류할 당시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연구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욱이 소속 연구원의 난자채취 논란이 이미 지난해 4월에 제기됐는데도 지금까지 가만있다가 이제 와서 문제를 거론한 것도 의문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동안 황 교수팀과 섀튼 사이에 불협화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팀의 한 연구원은 사석에서 "섀튼이 자기 것만 챙기려는 욕심꾸러기"라고 표현한 적도 있었다. 섀튼 교수와 미국에서 교류한 경험이 있는 국내 한 줄기세포연구 전문가는 "섀튼은 말만 앞서고, 모든 공을 자기한테 돌리는 사람이다. 섀튼이 그동안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이제는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 그의 행보를 유심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 황 교수팀 "연구원 난자채취 사실 아니다" 황 교수팀은 난자의 비윤리적 사용에 대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황우석 교수는 지난해 4월 네이처지에 처음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강하게 부인했으며 최근 매매 난자의 연구목적 사용에 대해서도 최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섀튼 교수의 결별내용이 보도된 이후 황 교수와 통화를 해보니 (연구원의 난자기증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차후 황 교수와 함께 섀튼의 진의를 확인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규리 서울대의대 교수는 "섀튼측으로부터 아무런 사전 설명도 듣지 못했다. 연합뉴스를 보고 내용을 알게됐다"면서 "(황 교수에게) 묻지는 않았지만 연구원의 난자채취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재각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우선 섀튼 교수가 결별을 왜 하려는 지가 밝혀져야 한다"면서 "이미 한차례 문제가 됐던 내용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만큼 황 교수가 거짓을 했는지 주의깊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리적 측면의 진실성 여부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한국과 미국 연구팀의 역학적 구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줄기세포 전문가는 "이제는 누가 줄기세포 치료기술을 먼저 확보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협력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만큼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익을 고려한 보도가 필요하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bio@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