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가 회복세로 돌아선 건 기정사실이다. 이제 성장잠재력 확충에 나서야 한다."(조원동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투자와 고용이 없는 소비회복은 건강한 회복세가 아니다. 경기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선행지수가 3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던 민간소비도 회복세다. 그러나 경제가 건실한 성장세로 진입했다고 말하기엔 여전히 찜찜한 구석이 많다. 과연 지금의 소비회복세가 견조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2006년 대내외 경제전망과 기업의 대응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지표상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건 동의하지만 이를 오랜 기간 유지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회복세 오래 간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견조하며 오래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가계부채가 여전히 짐으로 남아 있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부채의 대부분은 카드를 사용해 생긴 판매신용"이라며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은 아니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질국민총소득(GNI) 감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는 교역조건 악화로 기업들의 수익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무구조가 탄탄해진 국내 기업들이 수출채산성 악화를 바로 제품가에 반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소비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조 국장은 또 "전체 소득의 80%를 차지하는 임금소득이 늘어난 점도 견조한 소비회복세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마이너스 부(負)의 효과'에 대해서도 1차적으로 소비가 감소하지만 2차 효과는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예컨대 늘어난 보유세로 지방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또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 임대료가 낮아지면 소비여력도 생기고 임대료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의 경쟁력도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뜬금없는 소비회복" 그러나 민간연구기관들의 의견은 달랐다.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견조한 회복세는 아니라는 것.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현재의 소비회복세를 '뜬금없는 소비회복'이라고 표현했다. 건전한 소비회복은 수출이 늘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이 창출돼 소비여력이 늘어나는 선순환구조를 통해 나타나지만 현재는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데도 단계를 생략한 채 소비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올 하반기부터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된 소비자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인 대출영업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신후식 국회 예산정책처 팀장도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소비회복세가 추세적으로 지속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제조업,특히 수출 기업이 고용을 하지 않고 있고 자영업자가 많은 서비스업도 과잉고용상태이기 때문에 고용환경이 빨리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산업의 성장이 고용 등 경제전후방 효과가 적은 정보기술(IT)과 금융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이들 산업의 성장이 경기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경기선행지수가 올라가고 있는 건 주식시장의 유동성 장세에 따른 착시현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 곳곳이 지뢰밭" 세미나 참석자들은 대부분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5∼4.8%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경제가 연착륙했을 때를 전제로 내놓은 전망.유가 금리 환율 등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대외리스크는 우선 제외했다는 얘기다. 정 전무는 "세계 경제 곳곳이 지뢰밭"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가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전의 가동률이 90%에 육박한 상태여서 조그만 변수에 의해서도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신 팀장은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고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몰려있는 달러를 걷어들여 환율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 같은 대외리스크가 기업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따라서 경기회복세에 불씨를 살려 내수 경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축된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으로 미약한 상승분위기를 견조하게 만들자"는 주장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