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 도입을 둘러싸고 일선 학교에선 파문이 일고 있지만 명문 입시학원 등 사교육계에선 정기적이고 철저한 평가를 통해 강사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무엇보다도 평가결과를 강사들에게 알려줘 수업능력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도록 하고 있다. 몇 번의 기회를 주었는 데도 끝내 학생들로부터 나쁜 평가를 받는 강사는 더이상 강단에 설 수 없도록 하는 인사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 종로학원은 전체 강사 97명 가운데 7명과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근무해온 선생님들이었지만 학생들의 평가가 2년 연속 좋지 않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학원 선생님이 학교 선생님보다 훨씬 잘 가르칩니다. 실력이 뛰어나고 질문도 잘 받아줍니다. 학교 선생님은 평가 같은 게 없지만 학원 선생님의 경우 열심히 안 가르치면 학생 평가에 의해 해고되잖아요." 종로학원 학생인 최현우군(19)의 말이다. 종로학원은 인사참고자료 수준에 그쳤던 강사 평가 제도를 1998년과 지난해 2차례에 거쳐 대폭 강화했다. 학생들은 강의능력,성실성,종합적인 만족도 등 3개 항목에 대해 매우 만족,만족,불만족,매우 불만족 등 4단계로 평가한다. 학원측은 단계별로 1~4점의 점수를 준 뒤 평균 2.7점 이하인 강사에게는 경고를 준다. 경고가 4회 누적되면 '퇴출'된다. 학생들이 직접 쓴 만족 이유와 불만족 이유 등은 해당 강사에게 직접 전달해 자기계발에 활용토록 하고 있다. 이준근 종로학원 이사는 "교육의 질과 학생만족도를 높이려면 강사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평가결과는 우선 선생님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하도록 하되 상당기간 누적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내보낸다"고 설명했다. 김용기 종로학원 강사(수학)는 "평가받는다는 사실에 항상 긴장하게 되며 자신의 나쁜 점을 파악해 고치게 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며 "침체된 학교 교육을 살리려면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밝혔다. 대성학원은 2001년 강사 노조와의 단체협상에 강사평가제도를 아예 명문화해서 넣었다. 매년 6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평가를 한다. 수업에 대해 '도움이 된다,보통이다,도움이 안된다 등 3가지 답변을 받아서 답의 비율을 계산,해당 강사에게 알려준다. '보통이다'라는 답을 빼고 '도움이 된다'는 응답보다 '도움이 안된다'는 답이 4학기 연속으로 많이 나올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 김언기 대성학원 원장은 "선생님들이 평가를 보면 자기반성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공교육이 사교육과 다른 면이 있지만 교원평가의 경우는 어디까지나 선생님 자신의 계발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앙학원,한샘학원 등 다른 입시학원도 대부분 비슷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김영일 강남중앙학원 원장은 "학부모와 학생이 만족하지 않으면 학원에 올 이유가 없다"며 "중앙학원은 평가를 통해 매년 강사의 20% 이상을 물갈이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