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새학기를 맞은 미국 대학들은 '헬리콥터 부모'들의 간섭을 불허한다는 이색선언을 했다. 마치 헬기처럼 대학생 자녀 주변을 맴돌면서 자녀 대신 지나치게 학교에 불평을 일삼는다 해서 붙여진 헬리콥터 부모는 오래전부터 대학 당국의 골칫거리로 치부돼 왔다. 베이비붐 세대인 지금의 부모들은 자녀 수가 적은 탓에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높아 성적이나 기숙사의 룸메이트에 이르기까지 온갖 불만을 학교측에 여과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한다. 엊그제 선데이 텔레그라프지는 영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부모에게 얹혀 살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를 '헬리콥터 부모' 탓으로 돌렸다. 부모들이 자녀 주변을 빙빙 돌면서 모든 것을 대신해줘 '마마보이'와 '파파걸'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20대 초반의 남성 중 절반 이상이,여성의 경우는 3분의 1 넘게 교육을 마치고도 부모와 함께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거로 제시했다. 과보호를 일삼는 이 같은 헬리콥터 부모들은 미국이나 영국에만 있지 않다. 이탈리아에서는 30~40대에도 어머니 치마폭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헬리콥터 어머니'란 말이 예사로 통용되고 있으며,중국에서는 자식을 '소황제(小皇帝)'라 부를 정도로 대접이 지나쳐 이미 큰 사회문제로 떠올라 있다. 당연한 결과지만 헬리콥터 부모들은 이른바 '캥거루족'을 양산하고 있다. 취직할 나이인데도 생활에 대한 의욕을 잃은 채 빈둥빈둥 노는가 하면,설령 취직을 했다 해도 독립적으로 살지 못하고 부모에게 손 벌리며 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직 어린 '어른애'에 다름 아니다. 헬리콥터 부모들은 극성스러울 만큼 '과보호'를 일삼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겠다는 의욕이 지나친 나머지,성장한 자녀들을 '어린애'같이 취급해 스스로의 독립심을 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와 사회 주변에도 불필요한 헬리콥터의 소음은 없는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