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발코니를 확장하는 아파트에 대해 2㎡(약 0.6평) 이상의 대피공간을 반드시 설치토록 의무화시키기로 했다. 내달부터 아파트 내부 개조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화재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키 위한 것이라고 한다. 대피공간을 설치하면 발코니 전체를 거실로 사용하는 것보다 인명 피해 가능성이 줄어들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신축 아파트는 발코니가 스프링클러의 살수(撒水)범위에 들도록 하고,기존 아파트는 방화판 또는 방화유리를 설치하고 바닥에 불연재(不燃材)를 깔게 한 점도 불길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을 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과연 이번 대책이 안전 문제를 충분히 검토한 뒤 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발코니의 완충 방화 공간을 90cm로 정한 것은 외국 기준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안전대책으로선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20층 이상 아파트가 즐비한 우리나라에선 불길의 확산 높이를 그 정도로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발코니 확장을 전면허용한다고 발표했다가 전문가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허둥지둥 다시 대책을 내놓은 탓에 불안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의 실효성 역시 의문이다. 방화판이나 방화유리,자동 화재탐지기,불연성 바닥재를 모두 설치하면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소요된다고 한다. 게다가 방화판을 택하든 방화유리를 택하든 조망 확보에 심각한 장애가 초래된다니 이를 지키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몹시 회의적이다. 정부는 불법확장에 대해선 3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단속이 쉬울 리 없다. 따라서 발코니 확장과 관련해선 시행시기를 다소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먼저 철두철미한 안전 점검과 후속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된다. 발코니 확장이 정말 문제가 없는지,2㎡ 정도의 대피공간이나 90cm 정도의 방화시설로 충분한지 등에 대해 철저한 실험과 검증을 거친 후 시행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 또한 이미 불법 확장을 시행한 가구들에 대해서도 관련 시설을 갖추게 만들 실질적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 발코니 확장을 조장하고,결과적으로 국민들을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 꼴이 되어선 결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