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첨단기업들이 아일랜드로 몰려가고 있다. 연구개발(R&D) 사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개발 제품의 로열티 수입에 대해 세금을 전혀 부과하지 않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아일랜드는 특허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기업에는 전혀 세금을 매기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아일랜드는 정보기술(IT) 제약 등 첨단기술 기업들의 훌륭한 '조세 피난처(tax haven)'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금 피하려면 아일랜드로 가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4년 전 아일랜드에 '라운드 아일랜드 원'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90억달러에 육박하고,납세액만도 3억달러에 달한다. 라운드 아일랜드 원의 주요 수입원은 MS의 소프트웨어 판매에 따른 특허료 수입이다. MS의 소프트웨어 특허는 미국에서 취득된 것이지만 MS는 복잡한 회계처리 절차를 통해 일부 특허권의 최종 보유자를 라운드 아일랜드 원으로 처리,수십억달러의 세금을 절약하고 있는 것이다. MS의 연간 매출은 400억달러 수준으로 이 중 특허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의 약 75%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에 따르면 MS 이외에 구글 오라클 등도 최근 절세(節稅) 차원에서 아일랜드에 지식재산권 처리를 위한 자회사를 설립했다. 델 IBM HP 루슨트테크놀로지스 화이자 등은 본부가 있는 미국의 과중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R&D센터 자체를 아예 아일랜드로 옮기고 있는 중이다. WSJ는 "아일랜드가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의 낮은 법인세율(12.5%)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외국기업 유치에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세무당국,대대적 조사 나설 듯 엄청난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 정부로서는 점점 더 많은 미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지식재산권 처리를 위한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R&D 센터를 이전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업들이 계속 아일랜드로 탈출한다면 세금 징수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에는 현재 1000여개의 외국 기업이 있으며 이 중 65%가 미국 기업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미 국세청(IRS)은 지식재산권 회계처리를 통한 세금포탈 혐의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미 재무부도 지난 8월 188쪽 분량의 특별조사 보고서에서 "해외에 설립된 미국 기업 자회사가 회계처리를 통해 세금을 회피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며 "미 기업들의 기술이전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회에 해외에서 발생한 기업들의 수익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WSJ는 "어떤 식으로든 미국 정부는 아일랜드로 빼돌려지는 세금을 회수하려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