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이 4일 형제간 경영권 분쟁 및 비자금 조성 등 비리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박용만 그룹부회장도 박 회장과 동반 사퇴했다. 박 부회장은 그러나 ㈜두산 부회장과 두산중공업 부회장직은 유지키로 했다. 두산은 이날 박 회장이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최근의 검찰수사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과 대한상의 회장 등 국내 모든 공직에서 사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박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최근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사회적 물의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경영 일선 및 국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 등 국제 직위는 향후 법적 처분에 따르기로 했다. 두산은 이에 따라 유병택 ㈜두산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그룹 사장단(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를 긴급 발족시키고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비상경영위는 앞으로 그룹 차원의 현안을 논의해 결정하는 한편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두산은 박용오 전 회장이 지난 7월 동생인 박 회장과 박 부회장 등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폭로하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빚어왔으며 관련자들이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석 달 가까이 박 전 회장측이 진정한 내용 외에 참여연대가 분식회계,배임 등 혐의로 오너 일가를 고발한 내용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왔으며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재계는 이날 박 회장의 전격 사퇴 소식에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사태 전개 및 재계 전체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박 회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대한상의는 물론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다른 경제단체들도 투자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재계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사안도 아니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야기된 일인 만큼 재계 전반에 부담이 되는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