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김치에서의 기생충 알 검출로 '김치 세계화'를 지향하던 국내 김치업계가 곤경에 빠졌다. 김치 분쟁의 여파로 이미 중국 정부가 한국산 김치 수입을 중단한데 이어 일본 정부도 한국 김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사에 착수했다. 특히 지난 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일부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직후 홍콩 대만 등지에서는 한국산 김치가 현지 유통 매장에서 쫓겨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부 당국의 서툰 대응이 업계의 수출을 가로 막는 '부메랑'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식약청 발표 이후 일본 유통업체인 자스코와 유니 등은 홍콩과 대만 등의 자사 매장에서 한국산 김치를 철수시켰다. 또 두산 종가집 김치의 주요 수입선인 일본 롯데는 두산에 배추 등 주요 원료에 대해 생산 이력 추적 시스템을 갖추고,이에 대한 증명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두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산이력 추적 시스템을 전 원료 공급처로 확대할 계획이지만,현재까지 계약을 맺은 농가는 10곳에 불과하다. 전풍 두산식품BG 사장은 "식약청 발표 직후 해외 바이어들이 동요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매장에서 제품을 철수한 중화권 유통 업체에 대해 식약청 발표 자료를 근거로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치업계는 특히 일본 후생노동성이 한국산 김치에 대한 전면적인 위생 검사에 착수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약청 검사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되지 않은 메이저 업체들이 수출한 것이 대부분이지만,자칫 조사 결과에 따라 한국산 김치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스(SARS) 파동 때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으로 김치 위상이 크게 올라갔으나 이번 사태로 종주국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구겨졌다"며 "위생 시스템 강화를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