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大戰 이제 시작..살아 남는게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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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순익 '1조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13개 상장회사 가운데 은행이 4개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은행산업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런 은행권에서 풍년 타령은 찾아보기 어렵다.
'뱅크워(bank war)'를 진두지휘하는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1일 월례조회사에서 "금융대전(大戰)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방심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임을 역설했다.
엄살처럼 들리는 은행장들의 발언은 은행 이익이 올해 피크를 친 뒤 내년부터 둔화할지도 모른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해 관심을 모은다.
◆호황 속 위기감 조성하는 은행장
지난달 31일 '깜짝 실적'을 발표한 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은 "10년 이상 지속된 리딩뱅크가 없었던 국내 은행의 역사는 규모에 걸맞은 조직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고객에게 외면받고 후발자에게 따라잡힌다는 교훈을 보여준다"며 위기감을 불어넣었다.
강 행장은 "자산건전성 개선으로 이익이 대폭 호전됐지만 영업규모는 오히려 축소됐다"며 영업력 강화를 주문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농사를 잘 짓는 농부는 이듬해 봄을 기다리지 않고 이미 가을 언저리에 논을 간다"면서 올 풍년의 즐거움을 맛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올들어 순이익 증가가 충당금전입액 감소 등 주로 비경상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은행산업이 지속 성장을 위한 수익성 한계에 봉착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간 경쟁은 격화하고 예대마진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어 이를 극복할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금융 새 판도 대비해야
강정원 행장은 "금융산업이 합병 등 또 한 차례 구조 개편을 앞두고 있어 어느 금융회사도 방심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라며 "선도 은행으로 앞서 가기 위해서는 규모가 아니라 내부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강 행장은 "외환은행과 LG카드의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지만 초대형 인수·합병(M&A)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대비하겠다는 의지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LG카드 및 외환은행 M&A와 관련,"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신상훈 행장은 "금융권 질서가 재편될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를 맞아 집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흥은행과 통합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 행장은 리더십 이론인 '버펄로 이론'을 통해 리더 계층의 각별한 사명감과 솔선수범을 주문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버펄로(아메리카 들소)가 무리를 지어 이동할 때 처음에는 가장 약한 놈의 속도에 맞춰 전체의 속도를 결정하다가 가장 앞장 서 달리던 버펄로가 지쳐 죽게 되면 결국 좀 더 강한 버펄로가 속도를 붙여 앞으로 나가고 이후로는 이러한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무리 전체가 더욱 빠른 속도를 붙여 간다는 설명이다.
장진모·유병연·송종현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