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36층, 지하 5층에 연면적 6만5천평으로 축구장 30배 크기, 공사비는 4천400억원.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높은 건물은 수원시내에 진입하기 전 고속도로에서부터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수원사업장에 준공한 디지털미디어(DM)총괄의 `디지털연구소'는 디지털TV 시장의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첨단 초고층 건물로 건설됐다.


39층으로 표시된 건물의 옥상에 올라서자 삼성전기와 삼성코닝, 삼성SDI가 함께 입주해 있는 45만평 규모의 수원사업장은 물론 수원시내와 박지성로(路)가 발 아래 펼쳐졌고 삼성전자 기흥사업장과 화성사업장이나 서울도 가깝게 보였다.


총 9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건물에는 현재 DM총괄소속 연구개발(R&D) 인력 4천200여명 등 5천200여명이 입주한 상태다.


이 중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 150여명도 포함돼있고 1천500여명은 석.박사급 직원이다.


연구원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실험실과 사무실로 들어서자 일단 전화벨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사무실내 유선전화를 모두 없애고 건물 안에 들어서면 각자 소지한 휴대폰이 구내전화로 사용되는 `인포모바일 서비스'를 도입했기 때문.

인포모바일 시스템 구역내에 인포모바일 가입자가 들어가면 소지하고 있던 카메라폰의 카메라 기능이 보안을 위해 자동으로 제한된다.


직원들이 목에 걸고 다니는 신분증(바이오테그)에는 위성추적장치(GPS)가 붙어있어 출입문에 접근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불이 꺼진 빈 사무실에 들어가면 불이 자동으로 켜지고 냉난방 시스템도 자동으로 작동한다.


위급상황에서는 이 신분증 뒤에 달린 조그만 단추를 눌러 구조요청 신호를 보낼 수 도 있다.


디지털연구소는 사무와 연구, 각종 실험과 안전규격 시험까지 한 건물안에서 모두 이뤄지는 원스톱 R&D 체제를 갖췄다.


완전 무향실과 청취실, 방음실, 화질 및 음질평가실 등의 특수실험실은 7천여평의 규모 뿐 아니라 인력과 장비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5층의 개발팀에 들어서자 초대형 LCD와 PDP, 프로젝션TV 등을 놓고 더욱 더 선명한 화질과 음향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과거에는 수원사업장내 브라운관과 모니터 개발팀으로 분리돼 있었으나 건물 완공 이후 함께 입주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밝고 선명한 화질을 구현해 내겠다는 의지로 뭉친 연구원들은 소니 등 경쟁업체의 제품을 매월 20여대씩 구입해다가 뜯어보면서 자신들이 만든 제품과 비교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층 사무실내에서도 경쟁사 제품보다 차별화된 부품이나 독자적인 기술과 관련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원들은 철문이 굳게 닫힌 사무실 속에 있어 공개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전세계 각국의 방송신호를 수신해 연구원들이 화질을 연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사내에 케이블로 송출해주는 신호실이나 33기의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주차와 방재, 소방, 전기, 조명, 온도 등을 모두 통제하는 건물의 통합방재센터에 이르기까지 이 건물은 각종 첨단기계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삼성전자 DM총괄의 최지성 사장은 "속도가 중요한 디지털시대에 통합건물에 입주함으로써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면서 "삼성전자가 태동한 수원사업장에서 30년에 걸친 제조시대가 끝나고 R&D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