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오너 일가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석달 가까이 계속되자 적잖은 피로감을 드러내며 경영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한 우려로 침울해 하고 있다. 30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석달째 계속되고 있는 검찰 수사로 그룹의 핵심 경영진들이 대부분 출국금지 상태에 묶여있는 데다 수시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다보니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박용성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어렵사리 허가를 받고 해외출장을 다녀오긴 했으나 그룹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박용만 부회장이나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은 가야 할 해외출장을 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도 적잖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두산은 보통 이맘때쯤이면 이듬해 사업계획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을 잡고 세부계획 수립에 골몰하고 있을 시기지만 올해는 이 같은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그룹의 핵심 경영진들이 대부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보니 검찰 수사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느라 사업계획 수립을 포함한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되기 때문이다. 최근 공격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올해 처음으로 10대그룹에 올라선 두산은 당초 올해를 `제2의 창업 원년'으로 삼고 향후 100년을 이끌 두산만의 새로운 경영철학인 `두산웨이'를 발표하는 등 야심찬 행보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형제간 분쟁으로 촉발된 검찰 수사 장기화로 모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수사를 신중하고 꼼꼼하게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기업관련 수사의 경우 경영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어 그룹 경영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